[Culture diary] 400여년전, 홍길동처럼 살다 간 ‘난세의 영웅 홍계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7일 05시 45분


■ ‘천명-영웅 홍계남을 위하여(전 2권)’ | 이병주 저 | 나남

시계를 400여 년 전으로 돌려보자. 때는 1500년대 말, 선조 때다. 임진왜란으로 우리 강토가 유린당하는 참담한 시대였다. 임금은 비겁하게 백성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고, 백성은 의병을 조직해 당당하게 왜적과 맞섰다. 그야말로 난세. 난세엔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역사에 우뚝 선 많은 영웅이 이 땅에 있었다. 이순신 곽재우 고경명 조헌 등 역사에 깊숙이 이름을 새긴 영웅이 있는가 하면, 그들 못지않게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역사에, 아니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못한 영웅들 또한 많았다. 그중 한 영웅이 홍계남 장군이다. 조선왕조실록엔 ‘전라도 조방장 이유의와 경기 조방장 홍계남 등이 적의 복병에 패하다’라고 짧게 기술돼 있을 뿐이다.

홍계남은 서얼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고독하게 살았다. 총명하고 강건했지만 조선의 얼음장같은 신분제는 그를 ‘동토의 인간’으로 묶어 두었다. 낭중지추라 했던가. 임진왜란이 나자 의병장으로 참전해 뛰어난 무공을 세우고 서출로는 파격적으로 영천군수까지 오른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서출 보살피다 역모죄까지 뒤집어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마치 ‘홍길동의 삶’과 같다.

신간 ‘천명’은 실존인물인 홍계남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작가는 ‘지리산’ ‘산하’ ‘정도전’ 등으로 문단에 이름을 떨친 ‘역사소설의 대가’ 이병주 선생이다. 작가는 홍계남이 ‘홍길동의 실제모델’이라고 기술했다. 남양 홍씨 가문의 서자이자 뛰어난 재질과 비범한 무용 등 닮은 점이 많다. ‘홍길동전’이 판타지 소설이라면 ‘천명’은 사료를 바탕으로 홍계남의 삶을 재생해낸 리얼리티 픽션이다. 야사와 구전설화에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홍계남 장군과 16세기 조선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작가 특유의 웅장한 스케일과 빠른 진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980년대 ‘유성의 부’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작품을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