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잠 잔뒤엔 나쁜기억보다 좋은기억 떠올려… 의사결정에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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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거리가 있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친구를 보면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질 거야”라고 조언해 주곤 한다. 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점심식사 후 15분씩 낮잠을 자게 했더니 수업에서 집중력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판단력, 침착성이 떨어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느려진다고 한다.

그런데 잠을 충분히 자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과, 본인 스스로 그 판단에 만족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와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잠을 푹 자고 내린 결정이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남기기도 한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사람들에게 노트북 케이스를 구매하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제품의 장단점을 알려줬다. 그런데 일부에게는 오전에 이런 정보를 줬고, 나머지에게는 늦은 밤에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각각 12시간이 흐른 뒤 원하는 제품을 하나 선택하도록 했다. 즉, 한 그룹의 사람들은 깨어 있는 채로 고민의 12시간을 보냈고 다른 그룹은 그 중간에 잠을 잤다.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첫째는 상품 정보를 얼마나 자세히 기억하는지였다. 둘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지였다. 설문 결과, 잠을 잔 사람들은 잠을 안 잔 사람들에 비해 상품 정보를 더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잠의 효능이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만족도는 잠을 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낮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역시 수면의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면은 부정적 기억보다 긍정적 기억을 더 촉진시킨다. 좋은 후보 두 개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잠을 자고 나면 선택하지 않았던 대안의 좋은 점이 자꾸 생각나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면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이런 아쉬움은 단순한 제품 구매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아니라 직원 중 누군가를 해고해야만 하는 것처럼 좀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경우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각 직원들의 긍정적인 요소가 수면으로 인해 더 잘 기억된다면, 마음의 갈등과 스트레스도 당연히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dbr 경영의 지혜#잠#기억#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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