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선호 현상에도… 영재학교 지원자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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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초전’ 고교입시 판도 분석
내년 고교 입학생 7만 명 감소, 영재학교 입학 경쟁률에도 영향
의대 진학에 불리한 점도 작용… 영어 변별력 떨어져 외고 관심 줄 듯

2017학년도 영재학교 입학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선호 등으로 영재학교의 인기는 줄지 않았지만 학령 인구감소, 시험 일자 통일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대구과학고의 입학설명회 모습. 동아일보DB
2017학년도 영재학교 입학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선호 등으로 영재학교의 인기는 줄지 않았지만 학령 인구감소, 시험 일자 통일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대구과학고의 입학설명회 모습. 동아일보DB
서울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8개 영재학교가 전국 모든 고교 중 가장 먼저 2017학년도 입학 전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영재학교의 경쟁률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전초전’인 고입에서도 이공계 선호 현상이 반영되면서 영재학교·과학고에 비해 외국어고·국제고의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영재학교도 피하지 못한 학령 인구 급감

25일 입시전문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전국 8개 영재학교가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789명(정원 내)을 모집하는데 1만1882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5.1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경쟁률 18.3 대 1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

8개 영재학교 중 대구과학고만 전년도 21.7 대 1에서 2017학년도 22.6 대 1로 소폭 상승했을 뿐 나머지 학교들은 모두 경쟁률이 떨어졌다. 특히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쟁률은 25.6 대 1에서 14.2 대 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학령 인구 감소와 영재학교의 시험 일정 통일 등이 경쟁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59만5089명이지만 내년에 고교에 입학하는 현재 중3 학생은 52만5975명이다. 즉, 내년 고교 입학생 수는 1년 만에 무려 6만9114명(11.6%)이 감소한다. 영재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수험생 수가 줄어든 만큼 지원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는 8개 영재학교가 3단계 전형 중 2단계인 영재성 검사(수학, 과학 지필 시험)를 모두 같은 날 실시하는 것으로 통일하면서 복수 지원자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영재학교 학생들은 성적으로는 의대에 지원이 가능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인 것을 감안하면 영재학교에서 의대 진학 희망자의 입학을 만류하고 있는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영재학교는 이공계 우수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국민 세금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받는 영재학교 학생들이 교육 목표와 관련 없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줄이기 위해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입학 상담 때부터 의대 진학 희망자는 입학을 포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서울과학고는 올해 입학설명회에서 ‘의대 진학 시 추천서 불가’ 방침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올해 고교 입시를 치르는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에는 의대 입학 정원이 307명 늘어나기 때문에 의대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영재학교의 교육과정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하기에는 오히려 불리해 의대 진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중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영재학교 입학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임규형 서울과학고 교장은 “영재학교에서는 수준 높은 영재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여서 수능을 대비한 입시 교육은 별도로 하지 않는다”며 “의대에 진학하기에 영재학교는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국 21개 대학에서 진행 중인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 사업)과 이공계 졸업자의 높은 취업률 등으로 이공계 고교로의 진학에 대한 선호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영재고와 비슷한 과학고에 대한 관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과학고 지원자들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관심 분야의 연구, 학업 비중, 학교 시설 등을 고려해 소신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험생 감소의 영향은 받겠지만 과학고의 지원율 하락 폭은 다른 고교 유형에 비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외고·국제고 지원 하락할 듯

반면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지원율이 상당 수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고려대가 2018학년도부터 논술을 폐지하고 특기자 모집도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의 여파로 외고 및 국제고의 경쟁률이 2.34 대 1(2015학년도)에서 1.97 대 1로 낮아졌다. 올해도 2018학년도 수능 영어 반영 방식이 절대평가로 결정되면서 상위권 대학에서 영어 과목의 변별력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것이 외고·국제고의 지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은 인원이 전체 입학 정원의 23.6%에 달하는 등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입에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선호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안에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자사고는 교과 편성의 자율성이 크고, 심화교과 개설도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는 편이다. 또 자사고 지원자들은 미리 학교의 특화된 프로그램, 동아리 등을 알아본 뒤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등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는 것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다만 수험생 감소로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사고에 비해 광역 단위 자사고의 경쟁률 감소 폭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영재학교 경쟁률#학생부종합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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