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앞 뻐끔뻐끔… “아이들이 숨 막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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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5월 지하철역 금연 확대… 유치원-어린이집 주변은 제외
금연지정 자치구 10여곳도 단속 뒷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A어린이집 앞에선 매캐한 담배연기가 코를 찔렀다. 바로 옆에 노란색 어린이 통학차량이 줄지어 서 있어 한눈에 어린이집 주변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흡연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때마침 어린이집 문이 열리며 한 30대 여성이 아이를 안고 나왔지만 흡연은 계속됐다. 여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갔다.

서울시가 1일부터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간접흡연에 취약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은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1일 현재 조례를 통해 유치원 인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전체 25개 구 가운데 13개 구에 그쳤다. 어린이집 주변은 고작 10개 구에 불과했다. 어린이집 등을 금연구역으로 정한 자치구 역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부분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인근 B어린이집 주변에도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영등포구는 2014년 유치원과 어린이집 주변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점심시간 직후 B어린이집 인근은 마치 흡연실을 방불케 했다.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고 벽에는 흡연자들을 겨냥한 듯 “선생님 나도 어른 되면 담배 피워요?” 등과 같은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보 취재진이 1시간여 동안 주변을 살펴본 결과 이들을 단속하는 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 흡연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 주민 반대 등으로 금연구역 지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서형석 기자
#서울시#금연#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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