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 초여름 한파에 덜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 구조조정’ 엎친 데 ‘대출심사 강화’ 덮쳐
2일부터 非수도권도 대출 규제… “이미 예고돼 시장 충격 적을 것”
금융당국 낙관적인 전망에도… 4월 다섯째주 8개시도 매매價지수 하락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방 부동산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이미 예고된 일이어서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얼어붙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소비자들이 선뜻 집 구매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시작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심사제도가 이달 2일부터 지방으로 확대된다.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갚을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해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일부터 지방에서도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스트레스 금리’(금리 상승 위험을 미리 계산해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것)가 적용돼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게 나오면 고정금리로 금리 유형을 바꾸거나 ‘스트레스 DTI’가 80% 이내가 되도록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소득 기준을 증빙소득이나 인정소득 대신 최저생계비로 계산하는 경우 대출 규모는 3000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소비자들이 집을 사며 은행 대출을 받을 경우 처음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거치기간 1년 이내)’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장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진다. 다만, 집단대출을 받거나 불가피한 채무를 인수할 경우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받지 않아도 된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지방으로 확대되더라도 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의 은행 고객들이 이미 처음부터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어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시장 등 실물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비수도권에서 새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중 비거치식 분할상환의 비중이 65%였다. 올해 3월 지방 은행지점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 57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6.4%가 “집을 사기 위해 새롭게 대출을 받을 때 분활상환 대출을 받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 주택시장이 냉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방시장에 대한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둔 지난달 25일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 중 절반이 넘는 8개 시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주보다 하락했다. 반면 이미 대출규제가 적용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게다가 울산 등 일부 지역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미 소비심리가 위축돼 대출 문턱마저 높아지면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시의 지난달 주택매매가는 전달보다 0.09%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의 4월 주택매매가도 0.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매매가는 평균 0.02% 올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지방은 여신심사 강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입주 물량까지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박희창 기자
#기업#구조조정#대출심사#지방#주택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