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김나영 수사관입니다” 상냥한 ‘그녀 목소리’,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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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고검 형사1부 김나영 수사관입니다. 지금 선생님 명의의 통장이 불법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인이 모른다고 해서 무마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전화로 먼저 약식수사를 할 텐데 저희가 강압수사나 유도신문을 하는지 별도로 심사가 될 겁니다.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돼 소환조사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자신을 수사관이라고 밝힌 여성은 전화를 받은 피해자에게 불법도박 사건에 연루됐다며 대뜸 검찰에 출두하라고 엄포를 놨다. 낯선 전문용어와 고압적인 말투에 전화를 받은 피해자는 자신의 계좌정보를 술술 털어놓았다. 사실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에 여성 보이스피싱 사례 18건을 공개했다. 앞서 13일 ‘그놈 목소리’라는 코너에 21건을 공개한 이후 시민들로부터 240건의 녹음파일 제보를 받아 이중 여성이 보이스피싱을 시도한 사례를 모아 추가로 올린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사례들의 특징은 대부분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특유의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이벤트 행사에 당첨됐다며 계좌정보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김용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대부분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성도 상당수가 가담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주요 보이스피싱 사례들을 모아 공개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다면 직접 녹음해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 내 ‘신고하기’ 코너에 올릴 수 있다. 만약 현금을 이체하는 등 피해를 당했다면 곧바로 경찰청이나 금융회사 콜센터, 금감원(1332)에 전화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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