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용도로 들어선 보행자 치어 뇌 손상…책임은 누구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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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전용도로로 진입하는 보행자를 치어 뇌 손상을 입힌 경우 보행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자전거 사고 피해자인 A씨(여)와 가족이 자전거 운전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와 가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배상책임을 피해액 2억4018만여 원의 40%만 인정했다.

B씨는 2012년 5월 자전거로 서울 동작구 도림천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시속 약 20㎞로 달리고 있었다. 자전거 도로 오른쪽에는 나란히 보행자 도로가 있었다. A씨는 B씨보다 앞서 보행자 도로를 걷다가 자전거 도로에 진입했다. B씨는 A씨를 피하지 못하고 뒤에서 들이받았다. A씨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1년 넘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뇌수술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고 좌반신 마비가 심해 혼자 서 있을 수도 없는 등 일상생활에서 보조인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 A씨 남편과 자녀는 자전거 운전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크게 다치게 했으므로 자전거 운전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우선 판단했다.

A씨의 손해액은 병원 치료 등에 든 돈과 향후 치료비, 간병비 등을 더해 2억4000만여 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보행자의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 자전거 전용도로임에도 A씨가 진입하면서 사고가 났으므로 A씨의 과실을 참작했다”며 B씨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위자료를 650만원으로 정해 총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족의 위자료로는 각 10만원씩 총 4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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