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국립무용단 어벤저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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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부터 5명의 주역까지… 동아무용콩쿠르 수상자들 한 무대에
국립무용단 신작 ‘적(赤)’… 11일 국립극장서 막 올라

11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 신작 ‘적(赤)’은 무용단 내 주목받는 춤꾼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는 기대작이다. 왼쪽부터 ‘적’의 안무를 맡은 수석무용수 최진욱과 조안무 겸 연화 역의 박혜지, 백 역의 이재화, 연화 내면의 천사와 악마 역의 송설, 적 역의 조용진, 흑 역의 이석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1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 신작 ‘적(赤)’은 무용단 내 주목받는 춤꾼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는 기대작이다. 왼쪽부터 ‘적’의 안무를 맡은 수석무용수 최진욱과 조안무 겸 연화 역의 박혜지, 백 역의 이재화, 연화 내면의 천사와 악마 역의 송설, 적 역의 조용진, 흑 역의 이석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무가부터 5명의 주역까지…. 국립무용단의 ‘어벤저스’급 무용수들이 한데 모였어요.”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적(赤)’은 한국무용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알토란 같은 작품이다.

국립무용단 14년차 수석 무용수인 최진욱(40)이 안무를 맡았고, ‘마담 뺑덕’ ‘남극일기’의 영화감독 임필성이 연출을 맡았다. 국립무용단 대표 무용수로 꼽히는 송설(30)과 조용진(30)을 비롯해 지난해 인턴 단원 신분으로 ‘회오리’에서 주역을 꿰찬 신예 박혜지(27) 이석준(30) 이재화(28)가 한 무대에 오른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적’에서 여주인공 연화 역을 맡은 무용수 박혜지(왼쪽)와 적 역의 조용진. 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의 신작 ‘적’에서 여주인공 연화 역을 맡은 무용수 박혜지(왼쪽)와 적 역의 조용진. 국립극장 제공
안무가 최진욱을 비롯한 5명의 무용수는 모두 동아무용콩쿠르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도 지녔다. 최진욱은 2001년 31회 한국무용 창작 부문 대상을 차지했고, 조용진(39회 전체 대상), 박혜지(35회 학생부 금상·40회 일반부 금상), 이석준(37회 일반부 금상), 이재화(39회 일반부 은상·40회 일반부 금상), 송설(39, 40회 일반부 동상)도 국내 최정상의 경연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적’으로 첫 장편 안무를 맡은 최진욱은 “일부러 동아무용콩쿠르 출신 무용수 5명으로 캐스팅했다”며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무용수들은 정신력과 도전의식이 강하고 어떤 환경에도 휘둘리지 않는 중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진욱과 조용진도 각각 8번과 4번의 도전 끝에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구두를 신고 발목이 잘려 나갈 때까지 춤추는 처녀의 이야기를 담은 안데르센의 잔혹동화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했다. 작품의 조안무이자 여주인공 연화 역을 맡은 박혜지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연화가 남성 춤꾼 적, 흑, 백의 춤을 보고 매혹돼 집안의 반대를 뿌리치고 이들을 따라 나선다”며 “연화는 벼랑 끝까지 몰리는 상황에서도 춤을 추려는 욕망이 강한 여자”라고 설명했다.

연화의 욕망을 이끌어낸 흑, 백, 적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백은 연화를 받아들이지만 흑은 무리에 끼려는 연화를 밀어내는 캐릭터다. 그리고 적은 흑과 백의 리더 춤꾼이다. 적 역할을 맡은 조용진은 “대본에는 적을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워낙 그런 마스크가 아니라서 ‘대인배’ 느낌으로 가려고 한다”며 웃었다. 흑 역의 이석준은 “무용 작품이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성격이 강해 관객들 입장에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안무 못지않게 캐릭터를 연구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백 역의 이재화는 “굉장히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막내 캐릭터라 격렬한 춤을 계속 추면서도 얼굴은 마냥 웃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웃었다.

연화의 내면에 있는 천사와 악마를 연기하는 송설은 “초반부엔 내내 걷기만 한다”며 웃었다. “공연 끝 부분에 와서야 격렬한 춤을 선보여요. 어릴 땐 화려하고 튀는 춤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무용수보다 존재감 있게 잘 걷는 무용수가 멋지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런 생각에 맞는 작품이라 마음에 들어요.”

송설에게는 이번 작품이 더 특별하다. “고3 때 친구 따라 무용학원에 놀러갔는데, 거기 선생님이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탄 최진욱 선배의 본선 동영상을 보여줬어요. 그 순간 ‘나도 이런 춤을 추고 싶다’는 욕심이 일더라고요. 그 길로 뒤늦게 한국무용을 시작했고, 지금은 최 선배의 작품에 오르는 무용수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만∼5만 원. 02-2280-4114∼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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