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레터맨이 은퇴한다!”…美 토크쇼 대부, 고별방송도 남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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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33년간 미국인들의 웃음을 책임진 토크쇼 대부의 고별방송다웠다.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전직 대통령들까지 잇달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정치인을 수시로 비판하던 그가 물러나다니) 우리의 국가적 악몽이 끝났다”는 말로 농담을 하더니 마지막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해 이렇게 마무리했다. “레터맨이 은퇴한다!(Letterman is retiring!)”

CBS ‘레이트 쇼(Late Show)’의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68)이 20일 방송을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미국 TV역사상 최장수 심야 토크쇼 진행자로 통한다. 1982년 NBC 방송 ‘레이트 나잇’으로 데뷔한 뒤 1993년 CBS로 자리를 옮겨 줄곧 레이트 쇼를 맡아왔다.

20일 마지막 방송 녹화장인 뉴욕의 에드 설리번 극장은 고별인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18일 개인 트위터 계정을 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당신 없는 TV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마지막 방송은 평소 친한 유명인들이 출연해 레터맨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방송인 바바라 월터스를 비롯해 짐 캐리, 알렉 볼드윈, 줄리아 로버츠, 제리 사인펠드,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록그룹 ‘푸 파이터스’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제리 사인펠드는 “대단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고, 레터맨의 NBC와 CBS의 첫 방송 모두 게스트로 출연한 코미디언 빌 머레이는 “더 이상 당신에게 빚 질 일 없다”며 유머 섞인 인사를 전했다. 레터맨은 1992년 제이 레노에게 밀려 NBC 토크쇼 ‘투나잇 쇼’ 진행자에 밀려난 것에 빗대 “아무래도 ‘투나잇 쇼’ 진행자로 가지 못할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지금까지 레터맨이 진행한 방송 횟수는 총 6028회. 맞이한 게스트는 1만9932명에 달한다. 전현직 대통령부터 마돈나, 톰 크루즈, 밥 딜런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두루 거쳐갔다. 한국에서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배우 김윤진이 출연했다. ‘방송계의 아카데미’인 에미상 후보로 112회 올랐고 그 중 16회 수상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방송을 앞둔 몇 주 간 쇼에 단골 출연한 스타들이 차례로 출연해 고별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여배우 티나 페이는 “당신에게 드레스를 선물하겠다”며 방송 중 옷을 벗었는데, 전신 속옷에 “안녕, 데이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레터맨의 후임은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스티븐 콜베어로 9월에 첫 방송된다.

이설 기자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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