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위동 무료 봉제교육 3년
해외서 유턴한 봉제업체 3000곳 “인력 안정적 공급 가능해 만족”
동네 주민들은 일자리 늘어 환영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빌딩 2층에 자리한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기술교육장. 재봉틀 20대가 ‘철커덩’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앉은 20명의 행동은 어색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진지했다. 한물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봉제업이 165m² 작은 공간에서 20명의 희망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었다.
장위동은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철거 날짜만 기다리던 동네였다. 주민 대부분이 떠난 동네는 황량했다. 이주비가 없어 떠나지 못한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만 남았다. 이런 장위동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다시 돌아온 ‘봉제공장’들이었다. 한때 봉제업은 장위동과 근처 석관동 일대에서 가장 번성했던 산업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많은 봉제공장이 인건비가 싼 중국 베트남 등지로 떠나면서 이 지역도 서서히 쇠락해갔다.
영세 봉제공장이 귀향을 결정한 것은 해외 인건비 상승과 현지 규제 강화 때문이다. 노양호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회장은 “2000년 이후 업자들에겐 ‘차라리 서울에 다시 가는 게 낫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나둘 공장들이 돌아오면서 현재 성북구에 있는 봉제공장은 3000개가 넘는다.
고심 끝에 돌아왔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주문이 쏟아졌지만 숙련공이 부족해 납기를 맞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지역 공장주들이 머리를 맞댔고 2013년 3월부터 ‘봉제기술 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 교육은 3개월 과정으로 봉제 이론부터 실습까지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교육 성과는 눈부셨다. 지난해 교육을 마친 수강생 61명 중 37명(60.7%)이 취업에 성공한 것. 그 결과 고용노동부 주관 ‘2014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노 회장은 “교육받은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주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의 만족감은 더 크다. 서울의 변두리인 장위동에는 서민과 결혼이주자들이 많이 산다. 그만큼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베트남 출신 한미선 씨(51)는 “그동안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정말 괴로웠다”며 “지난해 봉제교육을 받은 뒤 바로 일자리를 찾았고 이젠 친한 외국인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봉제교육이 정말 배울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노원구 중랑구는 물론이고 멀리 인천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장위동은 지난해 11월 뉴타운 해제 후 ‘도시재생시범사업’이 실시되는 곳이다. 성북구는 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키’가 봉제교육에 있다고 본다. 성북구 관계자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이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정말 많다”며 “교육 수강생의 고용률 90% 달성을 위해 현장 견학, 직업 알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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