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재봉틀 돌아가니 지역경기도 돌아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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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위동 무료 봉제교육 3년
해외서 유턴한 봉제업체 3000곳 “인력 안정적 공급 가능해 만족”
동네 주민들은 일자리 늘어 환영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봉제업이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3000여 개에 이르는 봉제공장은 자체 인력 수급을 위해 무료로 봉제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성북구 제공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봉제업이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3000여 개에 이르는 봉제공장은 자체 인력 수급을 위해 무료로 봉제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성북구 제공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빌딩 2층에 자리한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기술교육장. 재봉틀 20대가 ‘철커덩’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앉은 20명의 행동은 어색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진지했다. 한물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봉제업이 165m² 작은 공간에서 20명의 희망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었다.

장위동은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철거 날짜만 기다리던 동네였다. 주민 대부분이 떠난 동네는 황량했다. 이주비가 없어 떠나지 못한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만 남았다. 이런 장위동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다시 돌아온 ‘봉제공장’들이었다. 한때 봉제업은 장위동과 근처 석관동 일대에서 가장 번성했던 산업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많은 봉제공장이 인건비가 싼 중국 베트남 등지로 떠나면서 이 지역도 서서히 쇠락해갔다.

영세 봉제공장이 귀향을 결정한 것은 해외 인건비 상승과 현지 규제 강화 때문이다. 노양호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회장은 “2000년 이후 업자들에겐 ‘차라리 서울에 다시 가는 게 낫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나둘 공장들이 돌아오면서 현재 성북구에 있는 봉제공장은 3000개가 넘는다.

고심 끝에 돌아왔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주문이 쏟아졌지만 숙련공이 부족해 납기를 맞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지역 공장주들이 머리를 맞댔고 2013년 3월부터 ‘봉제기술 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 교육은 3개월 과정으로 봉제 이론부터 실습까지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교육 성과는 눈부셨다. 지난해 교육을 마친 수강생 61명 중 37명(60.7%)이 취업에 성공한 것. 그 결과 고용노동부 주관 ‘2014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노 회장은 “교육받은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주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의 만족감은 더 크다. 서울의 변두리인 장위동에는 서민과 결혼이주자들이 많이 산다. 그만큼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베트남 출신 한미선 씨(51)는 “그동안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정말 괴로웠다”며 “지난해 봉제교육을 받은 뒤 바로 일자리를 찾았고 이젠 친한 외국인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봉제교육이 정말 배울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노원구 중랑구는 물론이고 멀리 인천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장위동은 지난해 11월 뉴타운 해제 후 ‘도시재생시범사업’이 실시되는 곳이다. 성북구는 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키’가 봉제교육에 있다고 본다. 성북구 관계자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이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정말 많다”며 “교육 수강생의 고용률 90% 달성을 위해 현장 견학, 직업 알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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