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共은 21세기 新스파이 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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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확보 경쟁서 이슬람 테러단체 정보수집까지…
각국 정보기관원 140여명 몰려… 보안망도 허술 첩보활동 ‘날개’

‘자원의 대륙’ 아프리카가 ‘스파이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보기관이 작성한 문서를 입수해 남아공의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활동하는 각국 정보기관 요원 140여 명의 활약상을 폭로했다. 가디언은 요원의 이름과 사진,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요원을 파견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인도, 세네갈. 이 문건은 2009년 12월 작성됐다. 영국과 네덜란드 이민자가 경제력을 장악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 중 하나다.

세계 각국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인다. 정보기관도 덩달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에서 힘의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도 스파이의 활동이 활발해진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천연자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각국의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집중한다. 미국은 남아공 정보기관을 통해 이란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게다가 남아공에서는 컴퓨터가 자주 분실되는 등 보안 의식이 취약해 정보 수집이 상대적으로 쉽다. 민감한 정보를 축적한 기관의 고위층은 보안 감사에 소극적이고 전화를 사용할 때도 별다른 보안장치를 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남아공 주재 정보요원들은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파이의 목표물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움직임부터 산업 관련 정보까지 다양하다. 남아공 정부는 1970년대 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자 핵을 연구하는 펠린다바핵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펠린다바핵연구소에 4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당시 남아공 정부는 관련 수사를 마친 뒤 단순 주거침입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남아공 정보기관은 당시 핵 관련 기술을 빼돌린 유력한 용의자로 중국을 의심했다. 중국의 페블베드형 원자로와 관련된 기술은 2007년 남아공보다 크게 뒤처졌으나 현재는 기술력이 오히려 더 뛰어나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의 광물자원에 투자해왔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모았다. 이스라엘은 자원 부국인 수단을 외부와 차단시키고 내부에서 폭동이 일어나도록 불을 지폈다. 수단에서 확보한 다이아몬드를 이스라엘에서 가공해 수출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의 다이아몬드 가공 공장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외교장관이 이끄는 사절단은 이스라엘이 아프리카에서 여러 민병대를 훈련시키는 협약을 맺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남아공 정보기관은 내부 문서를 통해 “외국 정부와 정보기관 요원들이 남아공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한다. 보안 기준의 부족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아공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한 정보기관 요원은 “남아공 정보기관은 외국 정보기관에 의해 완전히 뚫렸다”며 “요원들이 국가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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