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하트’ 전사 윌리엄에 비유…주목받는 정치인,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16시 24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앨릭스 샐먼드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61)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비록 스코틀랜드 독립을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으로 지난해 수반직에서 물러났지만 주민들은 그가 조만간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1707년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합병된 후 300여 년간 잊혀진 꿈을 거의 현실로 만들었다. 영국 본토를 점령한 앵글로색슨족에 맞서 켈트인의 민족적 자존심을 살린 그는 13세기 말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전사 윌리엄 ‘브레이브하트’ 윌리스에 비유되기도 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강력한 추진력 때문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 슈렉을 닮은 외모인 그는 정말 슈렉처럼 이룰 수 없을 듯한 목표를 하나씩 실현해가는 돌파력을 과시했다.

샐먼드는 33세 때 정치에 뛰어들었다.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를 내세운 소수 야당 SNP의 후보로 출마해 현역 보수당 의원을 물리쳤다. 그는 당선 초기부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에게 “스코틀랜드는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당당히 맞섰다.

1990년 36세의 나이로 SNP 대표가 된 그는 서서히 지지층을 넓혀나갔다. 당시 스코틀랜드 경제를 떠받치던 조선, 철강업계는 대처 총리의 민영화 정책으로 빈사 상태였다. 그는 영국의 정책 실패를 비난하며 스코틀랜드인의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이후 약 20년간 SNP 대표를 역임한 그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의석 수를 늘렸다.

2011년 스코틀랜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샐먼드 당시 수반은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며 영국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당시 독립에 찬성하는 스코틀랜드 여론은 20%에 불과했지만 이후 샐먼드 수반이 보여준 정치력은 놀라웠다. 2년여에 걸친 투표 준비 기간 동안 그는 화려한 언변과 유머로 스코틀랜드인의 식어버린 열정에 불을 지폈다. 그는 결국 지난해 9월 19일 주민투표에서 졌지만 영국 정부로부터 ‘거의 완벽한’ 지방자치와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받으며 챙길 것은 챙겼다. 투표 직전 2만5000명이었던 SNP 당원 수는 9만2000명으로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승자는 샐먼드”라고 평했다.

스코틀랜드 언론은 수반과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가 여전히 SNP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실세라고 보고 그의 거취와 발언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300년 만에 처음 영국을 매섭게 몰아붙였던 샐먼드의 활약 덕분에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영국 총선에서 SNP가 상당 수 의석을 늘릴 것으로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