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란게 원래…” 마음 비운 전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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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얘기? 재계약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보긴 했다. 솔직히 어느 감독이 그만두고 싶겠느냐. 그래도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고 있다. 감독이란 게 원래 그런 자리 아닌가.”

프로농구의 막바지 순위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코트 밖에서는 kt 전창진 감독(52·사진)의 거취가 최대 화제가 되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52)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꼽히는 전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KCC 종신 사령탑’으로 불렸던 절친한 후배 허재 감독이 2주 전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을 때 전 감독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최근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원 신세까지 졌다.

프로 세계에서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하지만 전 감독의 무게감은 다르다. 전 감독이 kt를 떠나면 당장 다른 구단이 그의 영입에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그만큼 그의 거취는 시즌 후 ‘감독 연쇄 이동’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도중 동부의 전신인 삼보 감독대행으로 프로농구 지휘봉을 잡았다. 대행을 뗀 2002∼2003시즌 전년 9위였던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전창진 시대’를 열었다. 동부(삼보 포함) 시절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례씩 우승한 전 감독은 2009∼2010시즌 kt로 옮기자마자 직전 시즌 꼴찌였던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놨고 이듬해 정규리그 우승까지 일궈냈다. 한국농구연맹(KBL) 감독상만 역대 최다인 5차례 수상했다. 2011∼2012시즌 3위를 한 뒤 3년 재계약을 했지만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과거 성적은 의미가 없다. 어쨌든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어렵지 않느냐. 최근 3년 동안 PO에 한 번 올라갔다. 부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내 책임이다.”

전 감독에 대해 코트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얘기’를 요약하면 ‘정치권 실세 및 현 kt 스포츠단 수뇌부와 친분이 두터운 전 프로구단 감독이 차기 사령탑에 내정됐다’는 것이다. ‘다른 인물이 또 다른 정치권 실세에게 부탁해 감독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구체적인 이름과 함께 떠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직접 들은 건 없다. 나는 괜찮은데 그런 얘기가 나돌면서 선수들이 동요하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팬이 “최근 경기를 보면 전 감독이 시즌을 포기한 듯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마음먹은 대로 팀을 운영하지 못하면서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쌓게 한다는 게 그렇게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13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전 감독을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프로농구 ‘스토브리그’는 이미 시작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전창진 감독#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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