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김시래 “LG 첫번째 별을 품고 싶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4일 06시 40분


남자프로농구의 막판 판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LG 돌풍의 중심에는 포인트가드 김시래가 있다. 그는 1997년 창단 이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LG에 큰 별을 안길 참이다. 스포츠동아DB
남자프로농구의 막판 판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LG 돌풍의 중심에는 포인트가드 김시래가 있다. 그는 1997년 창단 이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LG에 큰 별을 안길 참이다. 스포츠동아DB
2012∼2013시즌 모비스 우승후 트레이드
시즌 초반 부진 딛고 평균 9.3점·4.6AS
양동근 꽁꽁 묶어 올해 친정팀 상대 2연승

22일 LG와 SK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창원체육관. LG의 주전 포인트가드 김시래(26·178cm)는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결장했다. LG 김진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짧은 휴식 후 코트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벤치를 지킨 김시래는 목청 높여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LG는 3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 시즌 초반 부진 극복은 ‘내조의 여왕’ 아내 덕분

LG는 정규리그 막판 돌풍의 핵이었다. 최근 18경기에서 16승2패를 기록하며 순위 싸움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은 LG는 내심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노린다. 그 중심에 김시래가 있다. 김시래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47경기에서 평균 9.3점·4.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해 5월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이동주 씨의 한마디였다. “여보, 멘탈이 흔들리는 것 같아.” 김시래는 올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시즌 직전 허리를 다쳤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출전하다보니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괜찮아.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잖아. 앞으론 더 좋아질 거야”라며 남편을 위로했다. 때로는 자극이 되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경기 화면만 보고도 남편의 자신감이 떨어진 것을 눈치 채고, “멘탈”을 강조했다. 김시래는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많이 침체됐었는데 아내의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그때부터 생각을 달리하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 LG에서 인생역전, ‘창원의 첫 번째 별 품고파’

LG는 1997년 창단 이후 단 한번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정규리그 정상 등극도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김시래는 LG에서 유일하게 챔피언 반지를 소유한 선수다. 신인이었던 2012∼2013시즌 모비스 소속으로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LG로 트레이드됐다. “우승 축하파티 하고 자고 있는데, 아침 6시쯤 구단 관계자 분께서 방문을 두드리시더라고요. 처음엔 멍했죠. 하지만 결국 제게도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모비스에 있었으면 지금도 (양)동근이 형 백업 가드 할 텐데….(웃음)”

LG는 새해 열린 모비스전에서 2연승을 거뒀다. 김시래는 이 2경기에서 양동근을 각각 무득점(1월 27일)과 2득점(2월 19일)으로 봉쇄했다. “제가 잘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에요. 동료들이 함께 수비한 덕분이죠. 제가 동근이 형보다 잘하는 것이 없으니,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악착같이 뛴 것밖에는 없습니다.”

LG와 모비스는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다. 김시래는 5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6차전에 결장했다. 결국 우승트로피는 모비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최근의 상승세를 발판으로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다. “제가 6차전에서 뛰었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 코트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올해는 꼭 창원의 첫 번째 별을 품고 싶습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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