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맨 → 조정맨 → 스키맨… 장애 넘은 ‘무한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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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겨울체전 스타 이정민
초등생때 하반신 마비 희귀질환 美유학 뒤 외국계 회사 다니다
예능프로 조정 특집에 꽂혀 퇴사 여름엔 물, 겨울엔 눈 위의 최강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낸 이정민이 1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5km에서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낸 이정민이 1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5km에서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최신 헤어스타일에 컬러풀한 머리 밴드, 그리고 어그 부츠까지.

설원을 가르는 이정민(31·사진)의 패션은 돋보였다. 스피드는 더 압권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에게 부츠가 멋있다고 하자 “발이 금세 차가워진다. 따뜻한 신발이 필수”라며 씩 웃었다.

이정민은 1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5km에서 21분 11초로 우승했다. 그는 전날 2.5km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다니는 이정민은 지체장애 3급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은 게 장애로 이어졌다.

“신나게 뛰어 놀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1년을 누워만 있었다. 마비가 목까지 진행되면 죽는다던데 다행히 가슴 부위에서 멈췄다. 이후 2년에 걸쳐 마비가 풀렸지만 무릎 밑으로는 낫지 않았다.”

대전 만년고 1학년을 마친 뒤 그는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명문 미시간주립대에서 광고를 전공하고 현지 회사를 다니던 그는 2010년 1월 귀국해 영국계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또래에 비해 연봉도 많아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한 TV 예능프로그램의 조정 특집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했다.

“3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조정을 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께서 크게 화를 내셨다. 4개월 동안 아버지와 말 한마디 안 했다. 지금은 열심히 응원해 주신다.(웃음)”

지난해 장애인체육대회 조정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겨울에도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조정과 움직이는 근육이 비슷하고 심폐기능이 중요한 크로스컨트리스키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입문 2개월도 안 돼 이 종목 최강자가 됐다. 물과 눈을 오가며 장애인체육의 스타로 떠오른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의외로 그의 입에서 “잘 모르겠다”는 말이 처음 나왔다.

“여름·겨울 패럴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에 도전하면 좋겠지만 변수가 많다. 소속 팀이 없어 수입도 없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8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조정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눈앞의 목표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정민#스키#장애#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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