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승헌]민간투자사업 20년, 미래 가치를 볼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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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한승헌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우리나라에 민간투자사업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민간투자사업은 전통적으로 정부 몫이었던 도로, 철도, 학교, 하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민간이 대신하여 건설·운영하는 사업을 말한다. 1994년 관련 법률이 제정된 이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신분당선 지하철 등 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초중등학교, 군 숙소, 하수시설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까지 민자사업의 대상이었다.

민간투자사업이 물류비용 절감, 교통 혼잡 완화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해 온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부작용도 있었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따른 과도한 국민 세금 부담, 최종 수요자에게 부담을 주는 높은 요금, 특정 회사의 과점 체계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민간투자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69년 프랑스 회사가 건설한 수에즈 운하와 1937년 개통된 미국의 금문교 역시 채권을 발행해 사업비를 충당하고 통행료로 갚아 나간 민간투자사업이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여 터키 보스포루스 해저터널 등 대규모 해외 민간투자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도 많이 올리고 있다. 이제는 민자사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용어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 보통 민자사업이라고 하면 민간에 정부의 몫을 넘겨 특혜를 주는 사업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을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라고 지칭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민간자금 활용사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민간의 유휴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민관협력사업’ 또는 ‘민간자금활용사업’이라는 용어로 바꾸는 것을 제안한다.

둘째, 그동안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까지 안았던 민간투자사업은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과도하게 지급됐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완화하거나 최소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향으로 재구조화를 하되, 어느 한쪽의 일방적 강요 또는 주장이 아니라 위험 분담을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 유형들을 창의적으로 발굴해 낼 필요가 있다. 정부예산만으로 30년 이상 된 낡은 초중등학교를 모두 증·개축하려면 20년 이상 걸린다. 요즘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는 낡은 공공청사도 더 적은 예산으로 증축하거나 신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자연재해 대비 안전시설, 공연장 등 생활밀착형 복합시설, 농어촌 산지 유통센터는 물론이고 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여지가 많은 분야이다.

끝으로, 무리한 사업이 남발되거나 민간 특혜 시비가 없도록 국가 및 국회의 공적 감독을 강화하고, 정보공개 등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과정에서 공적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만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승헌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민간투자사업#미래 가치#개발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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