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양호]‘농촌 예능’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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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농촌진흥청장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한껏 멋을 내고 카메라 앞에 선 연예인들이 농촌으로 모여든다. 거울 대신에 삽자루를 둘러메고, 드레스 대신 일바지를 입는다. 정상급 연예인이 한 끼니를 위해 자급자족하며 고군분투하거나 열정만 앞선 청년들의 좌충우돌 귀농 다큐멘터리도 뜨는 ‘농촌 예능’이다.

어설픈 농부가 된 ‘언니, 오빠’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묘한 동질감과 인간미를 느낀다. 이런 공감대 속에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가 뜨고 있다. 이는 농업(Agriculture)과 오락(Entertainment)이 합쳐진 신조어로, 농촌 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은 흙(Agri)에서 나온 문화(Culture)다. 문화는 경작(Cultivate), 다시 말해 짓고 만들어내는 것에서 온 말로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랜 기간 영토 전쟁에 주력하던 강대국들은 이제 식량 대국으로서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유명 학자들이 농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우리는 지속되는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에 따른 불안전한 식량 공급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과 융합한 ‘스마트 농업’에 집중해야 한다.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노동력은 로봇으로, 이상기후는 재해 조기 예측이라는 대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농생명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소재와 상품 개발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백수오로 갱년기 증세를 완화하는 기능식품을, 봉독으로 화장품과 염증 치료제를, 누에로 인공뼈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안정적인 식량 생산부터 소비자의 건강, 문화까지 폭넓게 관여한다. 이런 점에서 식품 시장과 천연 식의약 소재, 첨단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또한, 우리 농업과 농촌의 문화를 활용한 6차 산업 모델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전통 문화와 환경, 경관 유지 보전 기술과 실용화로 도시민과 상생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나라의 식량을 지키는 힘은 농업인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떤 여건에서도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는 농업인은 생존할 수 있다. 농업을 꿈꾸는 젊은 농업인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의 등장에서 우리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남을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미래 농업의 희망도 볼 수 있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농촌#예능#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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