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후조]좌우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정통 한국사교과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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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고려대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수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로 연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한국사의 중심 기둥은 서 있지 않고, 소수의 집필자들에 의해 우리 현대사가 마구잡이로 재단되고, 이것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관을 갖는다는 우려가 있다. 반공으로 독재를 미화했다는 국정교과서를 밀어낸 자리를 문제의 검정교과서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해 민주화운동기 민중사학자들이 주도해 만든 집필기준인 ‘1969체제’ 이후 수차례 수정한 ‘국사교육 내용전개준거안’ ‘검정기준’ 등이 있지만 이 잣대로는 북한 역사책을 본뜬 용어나 사관의 검정교과서를 걸러내지 못한다. 한때 재야 사학자들의 ‘상고사 논쟁’으로 중견 역사학자들은 친일로 매도당하여 교과서 집필에서 손을 뗐다. 그 대신 학생들의 감각을 아는 젊은 교사들이 ‘잘 팔리는’ 교과서를 쓴다. 집필자들은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설립된 재야 역사연구 단체들에 직간접으로 관련된다. 검정제는 이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격이다. 아이들의 국사 교육을 재야 단체와 인사들에게 맡겨놓고 정부는 손놓고 있는 셈이다. 초등이나 중학 역사 교과서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이념이 거의 없는 체육이나 수학책과 유사하게 국사를 소홀히 취급해온 탓이다.

검정교과서는 민중사관, 계급투쟁사관 등에 기초해 쓰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민국 건국 폄하, 유관순 열사 누락, 광복 후 북한 토지개혁 미화, 공산주의자들의 신탁통치 찬성 사실 호도, 6·25전쟁 남침 유도설, 인민재판에 의한 양민 학살과 납북 사실 축소, 각종 대남 도발 은폐, 주체사상 편향 소개, 남북 지도자 공과 편파 판정 등에서 친북이나 반한, 반미, 반기업 색조를 띠고 있다. 정부가 수정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 색채가 뚜렷했겠으나 물 타기가 되어서 얼핏 보면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국사편찬위원회에 초등, 중학, 고교 한국사 교과서편찬실을 각각 마련하여 정통 한국사를 편찬해야 한다. 여기에 역사학계의 명망 있는 연구자를 영입하고 특히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 국제관계사 등을 전공한 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역사가 편중되지 않는다. 현재 전공자도 없는 소수 편향을 벗어나려면 집필자가 30명은 되어야 한다.

정통 한국사를 편찬한다는 것이 폐쇄적 국수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로 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정치적으로 과잉독재 후에 과잉민주화가 진행되었고, 경제적으로는 과잉성장 후에 과잉복지로 성장 동력이 사라질 지경이다.

기성세대의 역사적 책무는 세계 변방 최빈국에서 세계 중심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건국-산업화-민주화의 성공에 국가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답게 만들어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
#한국사 교과서#좌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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