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빌보드차트 물들이는 ‘팝 노장’들의 마법… 한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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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 빌보드차트가 거장의 마법으로 물들고 있다. ‘노익장’이 어느 때보다 빛나는 시대다. 자메이카 출신의 전설적인 레게 음악가 밥 말리(1945∼1981)가 이끈 밴드 밥 말리 앤드 더 웨일러스의 히트곡 모음집 ‘레전드’(1984년)가 발표된 지 30년 만인 다음 주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전엔 패러디 가수 위어드 앨 얀코빅(54)과 베테랑 록 밴드 톰 페티 앤드 더 하트브레이커스(멤버 평균 연령 63세)가 이 차트 정상에 올랐는데 둘 다 데뷔 후 처음이었다. 》     
      

미국 록 가수 톰 페티(64·왼쪽 사진)가 자신이 이끄는 하트브레이커스와 함께 낸 신작 ‘힙노틱 아이’로 최근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처음 올랐다. 에릭 클랩턴(69·오른쪽 위 사진)은 페티, 윌리 넬슨(81), 마크 노플러(65)와 함께 만든 J J 케일(1938∼2013) 헌정 앨범을 같은 주, 같은 차트 2위에 올렸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지난해 ‘바운스’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64). 워너뮤직코리아 제공·동아일보DB
미국 록 가수 톰 페티(64·왼쪽 사진)가 자신이 이끄는 하트브레이커스와 함께 낸 신작 ‘힙노틱 아이’로 최근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처음 올랐다. 에릭 클랩턴(69·오른쪽 위 사진)은 페티, 윌리 넬슨(81), 마크 노플러(65)와 함께 만든 J J 케일(1938∼2013) 헌정 앨범을 같은 주, 같은 차트 2위에 올렸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지난해 ‘바운스’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64). 워너뮤직코리아 제공·동아일보DB
지난해엔 영국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그룹 블랙 사바스가 새 앨범 ‘13’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처음 올랐다. 미국 음반 리뷰 사이트 피치포크미디어에 따르면 노장 뮤지션 중 처음 차트 1위를 하거나 정상을 탈환하기까지 25년 이상 걸린 팀이 2003년 이후 15개 팀에 이르렀다.

음반업계에서는 최근 거세진 노익장 파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앨범 판매 감소를 들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첫 주에 50만∼100만 장은 팔아야 차트 정상을 밟을 수 있었던 반면 요즘은 5만∼10만 장만 팔아도 정상을 넘볼 수 있다. 젊고 막강한 경쟁 상대가 없는 주에는 마니아들의 집중 소비만으로 노장 뮤지션도 정상권에 근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세계 음악시장 분야별 규모(2008∼2017)’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CD를 포함한 음반 매출은 연평균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요인으로는 전통적 매체에 기대던 노장이 다변화된 시장에서 음반사와 손잡고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한 점이 꼽힌다. AC/DC(‘블랙 아이스’·2008년)는 월마트와 손잡음으로써, 밥 딜런(‘모던 타임스’·2006년)은 아이팟 광고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음 주 앨범 발매 30년 만에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밥 말리 돌풍은 최근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이 앨범 전곡 디지털 음원을 단돈 99센트(약 1026원)에 할인 판매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한국 시장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조용필 신드롬을 제외하면 가요 차트의 100위권은 아이돌그룹과 젊은 뮤지션의 블록화가 공고하다. 전문가들은 유행 주기가 짧고 디지털 음원 의존도가 높으며 중장년층의 음악에 대한 구매 심리가 매우 낮은 점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노장의 전설적 앨범을 10분의 1 가격에 할인 판매해도 차트 정상권에 오를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음반의 적극 구매층이 10, 20대 초반에 몰려 있고, 중장년층의 여가 문화가 TV 시청 같은 수동적인 형태에 쏠려 있다”면서 “노장들이 젊은 기획자나 뮤지션과의 합작을 통해 동시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조로(早老)하는 것 역시 이런 소비 행태나 사회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한국의 1960∼80년대 음악인들은 정치적 탄압이나 사회·문화적 분위기상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대중이 음반 형태로 음악을 소비한 경험이 1990년대의 딱 10년밖에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커지고 있는 공연과 페스티벌 시장 파이에 최근 중장년층이 유입되는 것에 주목하며 “조용필 김추자 같은 이들이 공연시장에 지속적으로 승부를 건다면 차트와 별개로 노장의 롱런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빌보드#밥 말리#앨 얀코빅#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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