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남훈]문화 - 복지시설 규제 풀어야 구로공단 제2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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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G밸리가 다음 달 50주년을 맞는다. G밸리는 서울디지털단지의 별칭으로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를 아우르는 용어다.

50년 전 구로공단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들은 쪽방에 살면서 일했다. 작은 집을 쪼개 방을 만들고 그 방에서 무려 대여섯 명이 지냈다. 사과박스에 신문지를 붙여 만든 간이책상에서 눈을 비비며 공부하기도 했다. 배고프던 시절, 이들은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미싱 작업을 하면서 집안을 이끌었다. 당시에는 섬유 가죽 가발 등이 주력 산업이었다.

지금은 정보기술 정밀기계 게임 인터넷 등 첨단업종이 자리 잡았지만 산업 기반이 전혀 없던 1960년대에는 이들 업종이 우리의 수출을 주도했고 소득 증대의 기반이었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도 이들 업종이었다. 그 중심에 여성 근로자들이 있었다.

지금의 구로는 천지개벽했다. 마천루 같은 지식산업센터가 100개 이상 건립되고 곳곳에 문화시설도 들어섰다. 그 뒤에 생겨난 울산 창원 구미 남동 반월 시화 군산 대불 등 전국의 산업단지는 국민소득 1인당 100달러를 밑돌던 시절에서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기관차 역할을 했다. 남동 반월 시화는 수도권 중소기업의 요람으로, 구미는 전자,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 창원은 기계공업의 중심지로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업화 성공을 이끌어 온 산업단지는 기로에 서있다. 심각한 인력난, 주거 편의 복지시설의 부족, 입주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산업단지를 혁신하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별 ‘구조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낡은 공장을 혁신하는 것이다. 회색빛 공장지대를 ‘교육 문화 복지시설이 들어서고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우선 반월·시화, 구미, 창원, 대불 등 4개 노후 산업단지를 ‘혁신산업단지’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7년까지 노후 산업단지 17곳에 대한 혁신안도 마련된다.

국내 최초 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에도 문화 예술 복지 편의시설을 대거 확충할 생각이다. 1964년 조성돼 50년 역사를 지닌 서울디지털단지는 첨단화 계획이 마련되면서 1999년부터 급격한 외형 변화를 시작했다. 이후 지식산업센터가 107개 들어서고 입주 기업이 1999년 597개사에서 2003년 1만1911개사로 20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런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교통난 심화, 주차시설 부족, 근로자를 위한 문화 복지시설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에 영화관이나 산업전시장 같은 문화 및 집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개정되어야 한다. 산업단지가 과거 배고픔을 극복하는 원동력이었다면 구조 고도화는 창조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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