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F학점’ 받은 김용민 포스텍 총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포스텍(포항공대)의 교수 대표기구인 교수평의회가 최근 김용민 총장(61)의 경영능력과 연임 의견을 물은 결과 매우 부정적으로 나왔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이나 올해 10월까지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교수 전체 271명 가운데 219명(80.8%)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180명(82.2%)이 ‘경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연임 불가’라는 의견을 보였다.

교수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총장의 리더십에 낙제점수인 ‘F학점’을 매긴 것은 포스텍의 현실에 불안감과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잘나가는 세계적인 대학’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교수들 사이에는 “이대로 가면 지방의 작은 이공계 대학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지난해에도 교수 70여 명이 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1986년 개교 후 28년 동안 포스텍은 ‘세계적인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평가 받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일궜다. 그러나 교수들은 포스텍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그들은 “그동안 포스텍의 위상을 쌓아온 교수 상당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투자는 뒷전”이라며 “왕성한 연구 분위기가 점점 쇠퇴하면서 유능한 교수들이 포스텍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불안’은 김 총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김 총장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평의회 간부 교수는 “KAIST나 UNIST(울산과학기술대)는 국립인 데다 총장의 활동도 왕성하지만 포스텍은 사면초가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행정직원(245명) 사이에도 “설문을 하면 교수들과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총장은 워싱턴대 생명공학과 학과장을 하면서 거둔 성과를 계기로 포스텍 총장에 선임됐다.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포스텍이 근본적으로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는 그의 비전과 신념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교수는 없다. 그렇지만 절대 다수의 교수가 김 총장의 태도와 언행을 포함한 리더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수들과는 상대하지 않는 외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포스텍 이사회는 총장 선출권이 있는 선임위원회에 교수와 동문 대표 2명을 처음으로 포함시켜 김 총장의 연임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아직 임기가 1년 남은 만큼 구성원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포스텍에는 김 총장의 교수 시절 업적을 능가할 정도로 실력 있는 세계적인 학자가 많다는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