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초복인데… 양계농가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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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수’ 불발에 닭값 2013년보다 40% 폭락
보양 수산물은 인기… 전복 3년새 매출 4배로

18일 초복(初伏)을 앞두고 양계 농가의 한숨이 깊어졌다. 초복은 삼복(三伏)의 닭고기 매출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목으로 꼽히지만 최근 육계(肉鷄) 시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1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15일 닭고기 1kg의 산지 가격은 평균 124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91.9원)보다 40.4%나 떨어졌다.

육계 가격이 이렇게 하락한 데는 올해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양계농가들이 닭을 많이 키워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4∼6월) 육계 사육 두수는 1억359만3000마리로 1분기보다 33.0%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월드컵 경기가 대부분 새벽에 열린 데다 한국팀의 성적까지 부진하면서 치킨 소비가 크게 늘지 않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이후 2주 동안 치킨 매출은 월드컵 개막 전 2주 전보다 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월드컵 특수’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에는 치킨 소비가 급증하면서 육계 물량이 모자라 ‘육계 파동’까지 일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도 불구하고 닭 소비가 급감하지 않는 등 그럭저럭 잘 버텼지만 월드컵 이후 출하되지 못한 육계가 많아지면서 시세가 생산 원가에도 못 미쳐 농가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또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통념이 사라지고 전복 등 수산물이 인기를 누리는 추세도 육계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3년간 초복 일주일 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복의 매출액이 약 4배(303.4%)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초복에 전복과 장어, 낙지 등 ‘보양 수산물’이 인기를 끌면서 수산물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닭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17, 18일 이틀 동안 국내산 생닭 20만 마리를 마리당 1500원에 판매한다. 이는 기존 가격보다 40%가량 저렴한 수치다.

이마트는 22일까지 백숙용 생닭을 통째로 팔지 않고,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무게를 달아 판매한다. 1kg 가격이 3800원으로 기존 백숙용 생닭(4980원)보다 23.7% 저렴하다.

롯데슈퍼는 초복 행사를 예년보다 열흘 앞당겨 9일부터 시작했고, 오픈마켓인 11번가는 14일 무(無)항생제 영계 1000마리를 990원에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초복#양게농가#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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