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대사’가 노출보다 더 야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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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첫 19禁 창극 ‘변강쇠…’ 6월 공연
변강쇠역 김학용 ‘삼고초려 섭외’
대중화 위해 한달간 장기공연도

국립창극단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캐릭터를 살린 이미지. 김학용(왼쪽)은 익살스러운 변강쇠, 이소연은 격조 있는 색기의 옹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국립창극단 제공
국립창극단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캐릭터를 살린 이미지. 김학용(왼쪽)은 익살스러운 변강쇠, 이소연은 격조 있는 색기의 옹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국립창극단 제공
“백년가약 끈을 맺어 호롱불을 불어 끄고 한 이불을 덮자마자 이 남정네가 뭣을 허는가 모르겠네 헌 적이 셀레야 셀 수가 없소이다.”(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중 옹녀 대사)

16일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연습이 한창인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의 국립창극단 연습실. 창극단 단원들 30여 명 사이에서 ‘뇌가 섹시한 남자’로 불리는 고선웅 연출가가 변강쇠 역의 최호성에게 연신 뜨거운 주문을 했다. “변강쇠는 마음속에 옹녀랑 사랑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어야 해.”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19금 창극’이다. 연극 ‘푸르른 날에’ ‘칼로 막베스’ 등을 연출한 고 연출가의 첫 창극 도전작이기도 하다.

‘18세 이상 관람가’인 성인용 작품인 데다 절륜한 정력의 상징인 변강쇠와 옹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섹시 코드는 노출 아닌 걸쭉한 대사에 있다. 고 연출가는 “창극 특유의 창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구수한 19금’을 만들어 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극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짜는 작창(作唱)은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맡았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변강쇠…’ 대본을 본 뒤 작품이 야하니 좀 점잖은 사람이 노래를 만들면 합(合)이 맞겠다며 그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고 연출가는 변강쇠 역의 김학용(49) 단원의 섭외에 공을 들였다. 28년째 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학용이 최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며 변강쇠을 고사한 것. 고 연출가는 “‘환자가 무슨 변강쇠냐’며 버티는 김학용을 삼고초려 끝에 겨우 설득했다”며 웃었다. 옹녀 역은 김지숙 이소연이 맡는다.

연습장은 걸쭉한 대사와 배우들의 열정이 더해져 뜨거웠다. “창을 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꺾기보다 마음속에 담긴 소리를 내야 한다.”(고 연출가)

국악의 꺾기 기법에 익숙한 배우들은 이를 다소 어려워하는 듯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달라지는 소리를 냈다.

국립창극단이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선택한 ‘변강쇠…’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한 달간 ‘장기 공연’한다. 통상 창극이 3∼5일 공연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김학용은 “흥부전의 흥부, 심봉사전의 심봉사처럼 주로 착하고 힘 없는 역할을 했다”며 “변강쇠는 몸이 건강해야 하는데 내가 왜소해 걱정되지만 변강쇠 캐릭터를 재미있게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소연은 “단순히 음탕하기보다는 격조 있는 색기의 옹녀를 표현하겠다”고 했다.

6월 11일∼7월 6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02-2280-4114∼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변강쇠 점 찍고 옹녀#김학용#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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