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안전장치 없는 국내 이통3사 앱장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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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없이도 수십만원 결제… 휴대전화 분실땐 범죄 무방비
피해 잇따르자 소비자들 분통

‘티스토어(SK텔레콤)’ ‘올레마켓(KT)’ ‘유플러스앱마켓(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서 유료 앱 구매 시 결제 인증 절차가 허술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절차가 없어 남의 휴대전화로 최대 수십만 원을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지난달 새벽 귀갓길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가 ‘요금 폭탄’을 맞았다. 김 씨가 분실 신고를 하기 전에 누군가 김 씨의 휴대전화로 이통사의 앱 장터에서 49만8000원어치의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것이다. 김 씨는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면 모든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피해가 발생한 건 이통사 앱 장터의 결제 인증 절차가 지나치게 간단한 탓이다. 앱 장터의 결제 방식은 크게 신용카드 결제와 정보이용료로 부과되는 휴대전화 결제로 나뉜다. 휴대전화 결제를 택하면 결제 의사를 묻는 메시지에 동의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앱 장터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만 원에 이른다.

미성년자들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많은 금액을 몰래 결제하는 사례도 빈발한다. 최근 1년 동안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된 5414건의 조정신청 가운데 절반인 2727건이 미성년자 결제 관련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휴대전화 결제 전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앱 장터에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구글은 비밀번호 의무화

하지만 지경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과장은 “비밀번호 설정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앱 장터에서 유료 앱 구매 시 비밀번호를 묻는 절차만 추가해도 상당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사업자인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구글플레이에서는 결제 전에 반드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요구한다.

국내 이통사 앱 장터보다 까다로운 결제 인증 절차를 했음에도 애플과 구글은 미국에서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앱 장터 활성화와 소비자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은 국내 앱 장터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휴대전화 결제 인증절차까지 복잡해진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앱장터#스마트폰#유료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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