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령관 “中 센카쿠 침략땐 폭격만으로 격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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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美최고책임자 공개 경고 “美군사개입 선언” “미군 장성 광언”
중화권 언론 민감보도… 파문 확산
필리핀 ‘미군 복귀 허용’ 새 변수

미군 고위 장성이 일본이 점유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중국이 침략하면 공중 폭격만으로 격퇴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노골적인 일본 지지 발언을 한 데다 미군이 22년 만에 필리핀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까지 겹쳐 미중 간 군사 갈등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국과 홍콩 언론은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 겸 해병대 제3원정군 사령관 존 위슬러 중장(사진)이 11일 워싱턴에서 “중국이 센카쿠를 점령한다면 미 태평양 해병대는 이 섬을 탈환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센카쿠에서 공중 공격만으로 중국군을 격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 해군과 해병대 전력의 모든 가치가 여기(즉각적인 섬 탈환 능력)에 집적돼 있다. 현장에서 잘못된 판단이 발생하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은 위슬러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댜오위다오에서 중일 간 충돌 발생 때 미군이 즉각적인 군사행동으로 개입할 것임을 처음 공개 선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언급은 특히 헤이글 장관이 7∼10일 방중 기간에 “중일 갈등에서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나와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홍콩의 친중 매체인 다궁(大公)보는 위슬러 사령관의 발언을 ‘미군 장성의 광언(狂言·터무니없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한편 중국은 일본 등과 영토 갈등이 고조되면서 젠(殲)-10과 수호이-27 등 4세대 첨단 전투기를 동중국해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작전기는 2580기로 일본(410기)과 주일미군(150기), 미 제7함대(50기)보다 수적으로 앞선다. 하지만 스텔스기,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북아에 배치한 미군이 정보와 실전 전력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는 중국이 열세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니러슝(倪樂雄) 상하이(上海)정법대 교수는 “중일 충돌 때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12일 해경선 3척을 센카쿠 해역으로 진입시켰다.

특히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이날 미군의 필리핀 군사시설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28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마닐라 방문 기간에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예상했다.

미군은 필리핀에서 군사기지 조차 기간 연장안이 부결돼 1992년 수비크 만과 클라크 기지 등에서 철수했다. 이번 협정을 토대로 미국은 중국의 공세를 견제하고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미군#일본#센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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