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에 올림픽 갑니다, 여자 스키로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알파인 국내 여자랭킹 1위 강영서

한국 알파인 스키의 샛별 강영서가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스키를 어깨에 짊어지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다고 밝힌 그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 알파인 스키의 샛별 강영서가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스키를 어깨에 짊어지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다고 밝힌 그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빠. 나 믿고 3년만 밀어주세요.”

3년 전 강홍구 씨(52)는 갑작스러운 딸의 부탁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회사원인 강 씨는 해외 전지훈련과 장비 구입 등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비용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막내딸 강영서(17·성일여고)의 의지는 확고했다. 강영서는 2011년부터 전국겨울체육대회 알파인 스키 중학생 부문에서 항상 1, 2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그전부터 ‘스키 신동’이라 불리며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강 씨는 고민 끝에 3년간 딸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3년 뒤인 올해 강 씨는 딸의 ‘올림픽 출전’이라는 보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만난 강영서는 꿈에 그리던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대회 회전과 대회전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FIS 랭킹도 역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고인 240위를 기록했다. 한국 알파인 스키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 남자 3명, 여자 2명을 출전시킬 계획이다. 국내 여자 선수 랭킹 1위이기도 한 그는 부상 등 큰 이변이 없는 한 역대 한국 스키 선수로는 최연소 올림픽 출전이 확정적이다.

5세 때부터 스키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겨울철마다 스키장을 찾았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농구 선수였다. 당시 키 155cm로 포워드였던 그는 1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주전으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히 나간 스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운명은 바뀌었다. 절대 못 놔준다는 농구부 감독의 엄포를 뒤로하고 그는 농구공 대신 스키를 선택했다.

1년 뒤부터 그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겨울체육대회에 나가 알파인 스키 초등부 4관왕을 차지했다. 각종 국내 대회에서 입상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소치 올림픽 출전’이란 큰 목표를 세웠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오스트리아, 중국 등 해외 전지훈련을 마음껏 다닐 수 있었고 실력은 크게 늘었다. 그는 “1년 중 8개월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생활을 했지만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어서 다른 누구보다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17·세화여고)와 동갑내기다. 심석희가 유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해 그는 “부럽다”고 밝혔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주목받는 쇼트트랙과 달리 알파인 스키는 비인기 종목에 속해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찾았다. 그는 “예전에는 알파인 스키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도 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쇼트트랙과 같이 인기 종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그의 목표는 30위권 진입이다. 아직 국내 선수가 30위권에 오른 적은 없다. 그는 “소치에서 알파인 스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소치 올림픽을 발판으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심석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꼭 전해 달라고 했다. “석희야. 우리 나이도 같은데 올림픽에서 수다 떨며 친해지고 싶어. 평창 올림픽에서는 빙상 하면 심석희, 설상 하면 강영서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