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401k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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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의 두 형태로 나뉜다. 확정급여형은 해당 근로자의 근무 기간과 임금에 따라 받을 ‘퇴직금(benefit)’이 ‘미리 정해져 있는(define)’ 연금이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적립금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 후 연금 급여액이 달라지는 형태. 내가 받을 퇴직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매달 내야 하는 납입금(contribution)’은 ‘미리 정해져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운용을 잘하면 불입 금액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돈이 줄어들 위험도 항상 존재한다. 운용의 책임은 해당 근로자에게 있다.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인 401k는 확정기여형에 속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401k 세상’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가 누릴 혜택보다 져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더 많으며, 그 혜택을 얻기 위해 모든 근로자가 회사나 정부의 도움 없이 오로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최근 10년간 인류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외에도 정보통신기술의 엄청난 발전이 세상을 ‘연결된(connected)’ 곳에서 ‘과잉 연결된(hyperconnected)’ 곳으로 바꾸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아이폰, 아이패드, 초고속인터넷, 유비쿼터스 무선과 웹 기반 휴대전화, 클라우드, 빅데이터,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 다양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은 불과 1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제 이를 이용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다.

세계가 지나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 왜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을 가중시킬까. 학습 의욕이 충만하고 동기부여가 잘된 소수의 근로자를 제외하면 기술의 발달이 과거 일반 근로자를 보호하던 장벽을 속속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 훈련 구직 구인 투자 등 인간 일상사의 모든 활동이 온라인에서 가능한 시대다. “학교 혹은 이 직장에서 이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더 많은 기술과 지식을 요구한다.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과거 근로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정부, 회사의 각종 복지혜택, 노조 등은 더이상 방패막이가 아니다. 정부가, 회사가, 노조가 당신에게 주는 혜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바이런 오귀스테 매킨지 컨설팅 이사는 “401k 계좌를 가진다는 것이 근로자 스스로에게 자신의 퇴직금을 지키기 위한 더 많은 학습을 요구했다면 401k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더 많은 학습을 요구한다”며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켜야 할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계발의 부담은 특히 젊은 세대에 집중돼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학 졸업장 외에도 변호사 자격증과 같은 전문직 자격증이 있어야 취직할 수 있다. 피터 카펠리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부속품 사듯이 사람을 모집한다”며 “당신의 기술과 강점이 해당 회사가 갖지 못한 것이어서 당신을 원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잉 연결 세상은 직장 내 경쟁 강도도 높였다. 언론사 대부분은 ‘가장 많이 클릭한 기사’ 같은 지표를 도입해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학교에서도 어떤 반의 학습 능력이 가장 뛰어난지를 매주 점검한다. 요식업체 잠바주스는 매일 오전 8∼10시 어떤 사원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지 기록한다. 중국 공장 대부분은 가장 실수가 적은 조립라인을 바로 알아낼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흡수해 자신의 강점을 계발하는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조만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섬뜩하기조차 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 ‘401k 세상’ 영어 원문보기
#퇴직연금#40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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