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3> 신동엽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전환기의 위기관리 리더십 발휘하라

한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시작되는 전환기에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도래한다. 구시대의 모순이 극대화되지만 새 시대의 논리에는 아직 적응 못한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은 몰락의 길을 걷지만 탁월한 위기 대응 리더십을 발휘한 소수는 급성장하기도 한다. 19세기 후반 산업사회로의 전환기에서 일본은 강국(强國)으로 발돋움했으나 우리는 위기 대응 리더십의 부재로 나라를 잃어버렸다.

국가 경영의 모든 면에서 전대미문의 위기가 곧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많지만 우리 정치권은 위기의식이 부족해 보인다. 20세기 산업사회가 21세기 창조사회로 이행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 당선인의 위기 대응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미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음 5년이 위기의 시작이 아닌 위대한 역사의 개막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의 전환기적 위기 대응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환기에 발생하는 대표적 위기는 기존 체제의 모순으로 인한 내부 통합의 위기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듯 모든 체제는 자기 파괴의 씨앗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분열이 그 예이며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는 경제민주화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립하는 양 정치 진영의 관계를 코피티션(coopetition)에 기반한 21세기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분법적 편 가르기 때문에 우리 현대 정치사는 분열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왔으며 심각한 내부 통합 위기가 가중되었다. 이런 면에서 협력을 뜻하는 코퍼레이션(cooperation)과 경쟁을 의미하는 컴피티션(competition)의 합성어인 코피티션 원리로 21세기형 통합정치를 시도해야 한다. 코피티션 관점에서 여야는 국가 발전이란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협력자이면서 동시에 국가경영에 대한 다른 비전과 전략을 추구하는 경쟁자이다. 박 당선인은 코피티션 관점에서 문재인 후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통합의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새 시대의 논리에 적응하지 못하면 몰락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새 시대에 대한 투철한 역사의식에 기반을 둔 21세기형 비전이 외부 적응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 누구도 21세기의 역사적 특수성을 말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약은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통한 내부 통합 위기 극복이 핵심이다. 기존 문제의 해결과 새로운 미래의 창조는 다르다. 21세기 창조사회는 모든 면에서 20세기 산업사회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기존 강점을 지키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강점과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창조경제론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나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 공약은 21세기 시대정신보다는 단순히 정보, 통신, 방송 등 특정 산업에 치중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공약을 21세기 창조사회의 맥락에서 근본부터 재검토하여 21세기적 역사의식에 기반을 둔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해야 적응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21세기형 위기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일단 발생하면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무작위적 위기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국방,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특단의 위기 대응 역량을 평소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21세기에는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아닌 일본의 지진해일과 원전붕괴와 같이 상상도 못했던 유형과 강도의 위기기 발생하더라도 국민의 생존과 재산을 지켜 낼 수 있는 특단의 위기 대응 역량이 평소에 필요하다.

구시대와 새 시대로부터 오는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전환기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박 당선인은 산업화 과정에서의 우리나라의 영광과 질곡을 상징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양극화 극복을 통해 통합의 위기를 극복하여 구시대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21세기 창조사회로의 적응의 위기를 극복하는 미래 지향적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새 생명의 출산은 여성의 몫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 당선인이 상시 생존 위기의 전환기적 난국을 넘어 20세기 산업사회를 완결하고 21세기 창조사회를 개막한 진정한 시대교체의 리더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신동엽#박근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