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영화를 아는 ‘감성 CEO’가 회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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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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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든 CEO/이승재 지음/248쪽·1만4000원·나남

“나를 이런 쓰레기 같은 작품에 캐스팅한 영화사에 감사해요.”

할리우드 여배우 핼리 베리가 과격한 농담으로 수상소감을 시작하자 좌중이 들썩였다. 영화 ‘캣우먼’에 출연한 그는 2005년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배우’ 부문 1등에 뽑혔다. 불명예스러운 자리,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열리는 비공식적인 행사에 당당히 참석한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네가 만약 훌륭한 패자가 될 수 없다면 훌륭한 승자 역시 될 수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을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듣는 이를 유쾌하게 쥐락펴락하는 ‘밀당’이 느껴진다. 다가오는 송년회에서 인상적인 ‘한 말씀’을 고민 중인 최고경영자(CEO)들에겐 쏠쏠한 팁이 될 만한 이야기다. 저자는 본보에 영화칼럼 ‘무비홀릭’을 연재하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CEO들의 인터넷 강의 사이트 ‘SERI CEO’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주인공이다.

그는 “영화에 리더의 언어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실적 부진으로 연말 직원들의 분위기가 잔뜩 움츠러든 회사라면 짐 캐리와 김기덕 감독의 생애를 돌이켜보길 추천한다. 짐 캐리는 가난과 우울증을 딛고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성장했다. 제자의 배신과 흥행 실패에 따른 고독감을 예술로 승화시켜 ‘피에타’를 만들어낸 김기덕의 투지를 연설이나 인사말에 인용하는 것도 좋다. CEO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후배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옹고집 상사에게는 할아버지와 소의 아름다운 소통을 그린 ‘워낭소리’, 휴가도 주말도 반납한 워커홀릭 부장에게는 영화 ‘버킷리스트’를 슬쩍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속 에드워드와 카터처럼 훌쩍 여행을 떠난 부장의 빈자리 덕분에 직원들이 찰나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3편의 영화를 통해 가치혁신, 상상력 등 기업 경영의 가치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재치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 빠르게 읽히면서도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구절이 가득하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영화#CEO#경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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