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의창]우리 아이들을 뛰게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최근 조사들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고위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우울감 경험률은 2005년 29.9%에서 2009년 37.5%, 스트레스 인지율은 1998년 28.8%에서 2009년 30.0%, 청소년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4%에서 2009년 28%로 급증했다.

10대들 학원공부-게임에 찌들어

또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즉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자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35위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더욱 심각해져가는 학교폭력, 왕따, 자살현상은 바로 이 같은 타인 배려와 존중의식, 그리고 자존감의 결핍 상태를 극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문제는 정신건강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체적 건강 상태도 악화일로에 있다. 초중고교 학생들의 비만율은 2002년 9.4%에서 2010년 11.2%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2008년 현재 체력등급도 2000년과 비교할 때 상위 급수인 1, 2등급은 12.3%가 줄어들고 4, 5등급은 15.2% 증가했다. 한마디로 청소년의 심신이 피폐해져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청소년의 몸과 마음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체적 활동이다. 한마디로 앉아서 머리 쓰기를 줄이고 일어나서 손발 쓰기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몸과 마음에 가득 흐르는 호르몬과 호기심은 10대로 하여금 가만히 앉아서 장시간 고전문학에 몰입하거나 수학 문제와 씨름하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는 적절한 인슐린 공급으로 혈당을 정상화시켜 주어야 하듯이 청소년은 신체활동으로 골격과 근육, 신경과 두뇌에 자극을 받아야만 몸과 머리와 가슴의 불균형을 해소할 기회를 비로소 가질 수 있다.

발육 발달 단계상으로 청소년은 호모사피엔스적 특성보다도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하고 운동하는 인간)적 성향이 최고조인 때이다. 그런데 10대의 운동본능은 입시 준비와 학원 공부, 인터넷게임 때문에 심각하게 퇴화해 버렸다. 우리 아이들의 운동본능을 되살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뛰게 해야 한다. 각종 통계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운동본능의 억압은 청소년의 내면을 비정상적 심리 성향의 온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최고의 놀이 가운데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 체험은 청소년기 성장과 성숙에 필수적인 지적, 정의적, 신체적 영양성분이 다 들어있는 종합영양제와 같다. 적당한 경쟁을 동반한 스포츠 활동은 근력과 심폐지구력은 물론이고 판단력 협동심 인내심 등을 길러준다. 두뇌혈류량을 늘려 뇌기능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스포츠를 활용해 전인적 지도력을 키우는 청소년리더십캠프가 오래전부터 성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포츠는 지적능력-협동심 길러줘

세계는 지금 10대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 예방과 해결을 위해 다양한 청소년 스포츠 정책을 실천하는 데 막대한 재원을 쏟고 있다. 영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1조5000억 원을 들여 일주일에 5시간 이상의 질 높은 체육교육을 제공하는 ‘5 Hour Offer’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약 8500억 원을 투입해 학교스포츠클럽과 토요 스포츠데이를 활성화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으나 피폐해진 우리 아이의 심신을 건강하게 되돌리기엔 한참 부족하다. 청소년은 타고난 호모루덴스다. 이들의 본성을 되찾아주자. 학교폭력과 왕따 발생 건수는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땀 흘리는 아이의 수에 비례해 감소할 것이다. 성적 향상과 태도 변화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10대의 삶에 스포츠를 선물해주자. 이 일의 성공 여부에 청소년의 건강과 미래가 달려 있다.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되는 2013년이 우리 아이의 운동본능을 힘차게 되살려내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청소년#정신건강#신체적 건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