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용의자X’ 류승범 “수학천재 ‘석고’, 현대 도시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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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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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은 영화 ‘용의자X’에서 천재수학자 석고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류승범은 영화 ‘용의자X’에서 천재수학자 석고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석고, 참 불쌍하죠. 현대 도시의 아이콘 같아요.”

배우 류승범(32)은 다시 한번 석고가 된 듯 술술 그의 감정을 풀어나갔다. 애착이 컸던 캐릭터임을 보여주듯.

영화 ‘용의자X’(연출 방은진)에서 천재수학자이자 한 여성을 헌신적으로 사랑해서 그가 저지른 살인도 덮어주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석고 역을 맡은 류승범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말 그대로 ‘쿨’했다. 어떠한 질문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투로 시원하게 답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질문은 어떤 배우보다 세세하게 답했다.

<이하 일문일답>

▶ “석고, 매력적이었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 ‘석고’는 조금 독특한 캐릭터였다. 이해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는지.

“‘석고’는 정말 몸에 잘 안 달라붙었다. 분명 매력있는 캐릭터지만 밀접하게 오진 않았다. 연기를 하려면 캐릭터를 이해해야하는데… 그런데 ‘욕망’이라는 느낌이 생각나며 캐릭터를 잡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이기심? 화선을 만나기 전, 석고는 삶을 포기했는데 화선을 만나게 된 것에 굉장한 의미부여를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랑도 이기심으로 변하고… 그렇게 하나씩 캐릭터를 잡아갔다.”

- ‘석고’는 기존 류승범 캐릭터와는 다르다. 이미지 변신이 될 것 같다.

“‘이미지 변신’을 크게 생각하진 않는다. 보시는 분들의 몫인 것 같고 이미지도 사실 내가 만든 게 아닌 것 같다. 잘 생각해보면, 보는 분들이 변했다고 느끼시니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은 매일 변신하는 게 맞다. 연극 배우들도 매일 같은 대사를 말하지만 매일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영화도 연기를 하는 것은 맞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니까.”

- 그런데 30대의 첫 작품이라고?

“아하하. 그 질문 많이 들었다. 30대에 작품 많이 했는데…(웃음).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렇다. 그런데 내 성격상 의미부여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열심히 내가 찍은 작품의 결과이지만 내 배우 생활에 있어서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의 연출이 다른 감독과 차이가 있었나.

“감독님 스타일인 것 같은데 다르다면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자기의 생각을 몸과 언어로 표현해보셨던 분이니까 표현의 방식을 아시는 것 같다. 연기가 잘 안 풀릴 때는 감독님이 직접 시연을 한다. 그래서 쉽기도 했고 어쩌면 어려웠다. 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어떻게 연기할지 감을 잡고 계시니까 말이다. (웃음)”
배우 류승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류승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석고는 이 시대 도시의 아이콘처럼 불쌍했다”

- 석고의 사랑은 참 특별했다. 그런 사랑이 정말 가능할까?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정말 이런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해 혹은 이런 사랑을 원하는지에 대해. 그런 것에 화두를 둔다면 참 재미있는 영화일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커플들이 싸우진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 석고는 외로웠다. 촬영하면서 외롭진 않았나?

“외로움은 동반자다. 인생의 동반자. 하하하. 석고는 참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이다. 일본 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소외받은 도시의 40대 남자처럼 보인다. 마치 도시의 아이콘처럼. 마치 이 시대를 바라보는 듯 하다.”

-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음… 천재가 루저(Looser)가 되는 흔한 세상. 이웃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세상. 현대의 우리의 쓸쓸한 모습이 아닐까. 나 역시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혼자인데…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나. 요즘은 배달을 시켜도 문에 돈을 붙여둔다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무서우니까.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옆집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은 게 참 오래된 것 같다.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용의자X’가 현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사랑’에서도 그런 것 같나?

“그렇다. 사랑하면서 희생이 따르지만 요즘은 나에게 좋은 사랑만을 찾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우리의 사랑은 어디 있는 건지…참 씁쓸한 면이다.”

▶ “형님,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입진 않으세요”

- 프리다이빙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왜 석고의 취미가 프리다이빙이었나.

“나 역시 감독님께 그 질문을 했다. 석고만의 공간이 필요해서였다. 석고가 세상은 너무 답답하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은 숫자로 가득했다. 유일하게 거기서 해방될 수 있었던 곳이 물 속이었다. 영화에서도 너비와 깊이는 안 보인다. 상징적 의미가 있다.”

- 실제로 프리다이빙을 해보니 기분이 어떤가.

“굉장히 좋다. 영화 끝나면 취미 생활로 해 볼 생각이다. 물 속에 들어가면 무중력 상태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몇 번 해봤지만 프리다이빙은 장비 없이 한다는 게 매력이 있고 스릴있다. 그리고 마치 명상에 잠기는 기분이다.”

- 평소 스타일 좋기로 소문이 났는데 영화 속 의상도 직접 골랐나?

“이번에는 한번 다른 분에게 맡겨봤다. 그래서 영화에서 나온 의상을 입었는데 제 매니저가 ‘형님, 제 아버님도 이렇게 입진 않으세요’라고 그러더라. (웃음) 그래도 난 그 옷이 좋았다. 왠지 정감가고 캐릭터에 잘 맞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촬영 중 체중이 줄면서 옷이 점점 커졌다. 왠지 옛날 옷을 입은 느낌이 들었다.”

-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류승범의 외모에 대해 칭찬했다.

“아이고…허허허. 사실 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용의자X의 헌신' 주인공)의 굉장한 팬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는 일본 스타일 잡지 맨즈논노에 많이 나왔다. 그 만큼 멋진 분이다.”

- 원작이 있기에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나도 시나리오를 보고 원작을 봤고 팬이 됐다. 작품이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르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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