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재킷 제품따라 값 3배 차… 원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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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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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덕다운 가격 2년새 66% 올랐는데 반값 할인 어떻게…


8일 오전 서울의 한 백화점 아웃도어 의류 할인행사장. 국내외 인기 브랜드 대부분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미처 못 판 옷들을 30∼60%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정상가격이 30만 원이 훌쩍 넘는 겨울용 덕다운(오리털) 재킷도 이곳에서는 절반 가격에 못 미치는 15만 원 선에 팔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추위가 늦게 찾아온 까닭에 쌓인 재고를 털어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을 내린 것은 이월상품만이 아니다.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할인행사장이 아닌 정상매장에서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경량 다운재킷이나 패딩 재킷을 덤으로 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 오리털 가격 2년 새 66% 올랐는데 재킷 가격은 하락


다운재킷의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덕다운과 구스다운(거위털) 가격이 수년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프랑스의 북위 45도 이상 추운 지역에서 120일 이상(일반 덕다운은 35∼42일) 키운 오리의 털로 만든 고급 프렌치 덕다운의 가격은 지난달 58달러(6만4380원)로 연초(50달러)보다 16% 올랐다. 이는 2010년 12월 가격 35달러와 비교하면 65.7% 오른 수준이다.

일반 덕다운 가격도 올해 초 34달러에서 지난달에는 40달러로 17.6% 오른 상태다.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아웃도어 업체들이 이월상품이라고 해도 다운재킷 제품을 굳이 반값 이하 가격으로 ‘덤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다운재킷 가격은 브랜드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600∼650필파워(Feel Power·보온성과 복원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좋음) 경량 다운재킷을 기준으로 할 때 한 대기업 계열 브랜드 제품은 34만 원 선. 반면 가격경쟁력을 중시하는 해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유니클로 제품 가격은 3분의 1도 채 안 되는 9만 원 선이다. 경량 다운재킷은 다운의 품질과 종류, 제조지 외에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거의 없다. 이 같은 가격 차는 이른바 ‘브랜드 값’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크다.

○ “다운재킷 원가는 4만∼5만 원”

5만9900원 반값 다운재킷 8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다양한 색상의 경량 다운재킷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5만9900원 반값 다운재킷 8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다양한 색상의 경량 다운재킷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운재킷의 가격에 ‘거품’이 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다운재킷은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이들 지역에서 프렌치 덕다운을 사용해 경량 다운재킷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와 재료비를 모두 합쳐 30달러 안팎이다. 구스다운도 40달러 안팎이면 된다.

제조공장이 동남아가 아닌 중국에 있다면 원가는 20% 정도 올라간다. 또 재킷 외피에 고급소재를 사용하면 5%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는 관세는 따로 물지 않지만 5%가량의 물류비가 추가된다. 이 모두를 합쳐도 마케팅 비용과 판매·유통업체가 챙기는 마진을 제외한 다운재킷의 원가는 프렌치 덕다운은 4만5000원, 구스다운은 5만8000원 정도다.

이마트가 8일 프렌치 덕다운 소재의 경량 다운재킷(650필파워) 가격을 5만9900원으로 책정한 것도 이런 원가구조를 놓고 보면 결코 무리한 가격이 아닌 것이다. 손일혁 이마트 바이어는 “세계적 한파가 수년째 이어지며 올해도 다운재킷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비수기에 원재료를 확보하고 제품을 생산해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다운재킷#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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