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민초 위로하던 대동가극단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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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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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과천의 경기소리전수관 내 상상홀 무대에서 등을 맞댄 임정란 명창(왼쪽)과 대동가극단의 마지막 생존자 하진옥 씨.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대동가극단의 면모가 이 두 사람을 통해 복원된다. 과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7일 경기 과천의 경기소리전수관 내 상상홀 무대에서 등을 맞댄 임정란 명창(왼쪽)과 대동가극단의 마지막 생존자 하진옥 씨.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대동가극단의 면모가 이 두 사람을 통해 복원된다. 과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930, 40년대 활약한 대동가극단은 국악계 슈퍼스타들의 집합소였다. 판소리 명창 이화중선이 예술감독 격이었고 경기도 재인(才人) 가문의 대표적 사업가인 임종원이 단장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친일 음악단체들이 생겨나 새롭게 판을 짜는 가운데 대동가극단은 ‘조선구파예술인’(국악인)을 주축으로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전국에 전파했다.

주요 레퍼토리는 판소리에 줄타기, 가야금 병창, 춤, 판소리 다섯 마당을 중심으로 한 연극이었다. 이화중선 외에도 임방울 정광수 박귀희 신영채 박초월 등 이름난 소리꾼들이 참여했으며 무용의 김산호주, 줄타기의 김영철, 곡예의 김하경 등이 활동했다.

이제는 존재조차 희미해진 대동가극단의 흥망성쇠를 조명하는 소리극 ‘대동가극단의 맥을 잇다’가 27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가극단의 마지막 생존자인 하진옥 씨(85)의 증언을 근간으로 그의 6촌 동생인 임정란 명창(69·경기도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보유자)이 기획한 무대다. 임종원 단장은 임 명창의 친척 할아버지다. 17일 경기 과천시 문원동 경기소리전수관에서 만난 이들은 기억의 끈을 통해 대동가극단을 불러냈다.

“열한 살 때 가극단에 들어가서 열여덟 살에 해산할 때까지 승무와 한량무를 췄어요. 지방 공연 가면 임종원 할아버지가 인력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어요. 호적 불고 장구 치면서 뒤따랐죠. ‘마와리(回り)’ 돈다고 했지요. 창극하고 줄타기 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팬도 엄청 많았어요.”(하진옥)

경기 과천이 고향인 임 명창의 집안은 대대로 재주가 많았다. 하지만 ‘광대집 자식’이라는 놀림이 싫었던 임 명창은 먹고살기 위해 소리를 배우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에야 ‘커밍아웃’하면서 대동가극단에서 이름을 떨친 임 씨네 재인 계보가 낱낱이 드러났다. 오촌 당숙인 임상문은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줄타기 보유자인 김대균의 스승이었고, 임상문의 형제인 임종선은 가야금으로, 임세근은 태평소와 피리로 이름을 떨쳤다. 임 명창의 고모인 임명옥, 임명월 자매 역시 줄타기뿐만 아니라 재담, 경서도소리, 남도소리, 무용에 뛰어났다.

“임 씨 집안 사람 상당수가 대동가극단에 속해 있었죠. 둘째 언니도 일곱 살 때부터 가극단에서 단체생활을 했어요. 우리 어머니가 솜씨가 좋아서 가극단 한복을 도맡아 지었습니다. 옛날엔 광대 생활 했다는 게 자랑은 아니어서 둘째 언니가 스물넷에 시집갈 때 노랗게 전 대동가극단 음반과 제법 많았던 사진, 자료를 다 태워버렸어요. 그 아까운 것을….”(임 명창)

우리네 소리와 전통 연희를 선보이는 대동가극단을 일제가 곱게 볼 리 없었다. 하 씨는 “일본 경찰들이 단장을 불러서 일본 국가를 부르라고 했는데 모른다고 하니까 머리 한가운데를 죽 밀어버리고 공연을 못하게 했다. 밥값이 없어서 옥수수를 먹으면서 여관에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다”고 회상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대동가극단에서 활동했던 소리꾼들의 일화와 대표 레퍼토리로 채워진다. 대동가극단에서 연을 맺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일제의 핍박으로 가극단이 겪은 고초를 극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하 씨는 직접 무대에 서려고 했으나 고령으로 다리가 불편해 객석에서 지켜보게 됐다. 3만∼10만 원. 02-507-5825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대동가극단#국악#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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