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전상범]뇌과학은 미래 이끌 신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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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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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범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신경전자공학연구실 교수
전상범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신경전자공학연구실 교수
‘나’는 누구인가?

매우 철학적인 질문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뇌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나’라는 개체를 존재하게 하는 본질적인 주체가 바로 뇌이다.

뇌 안에는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이와 같은 신호들의 전달과정이 사고, 행동, 기억, 감정 등의 총체적인 활동을 지배하고 사람을 인격을 가진 개체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은 무척 신비롭기까지 하다.

뇌와 컴퓨터의 성능을 비교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성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방 하나를 차지하던 수십 t의 컴퓨터가 이제는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되었다.

이 같은 놀라운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의 성능은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복잡한 인지, 사고, 학습과정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IBM연구소에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새로운 개념의 ‘인지컴퓨터(cognitive computer)’를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인터넷 기업에서도 뇌의 원리를 실제 사업모델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뇌의 기능을 모방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뇌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고로 뇌가 손상을 입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상이 생긴 경우 또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뇌의 특정 부위나 신경에 특정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의 몸이나 뇌 안에 전자 장치를 이식하고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한다는 것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미 수천 명이 파킨슨병의 치료를 위한 심뇌부자극장치(뇌에 전기봉을 심고 가슴에서 배터리로 작동하는 자극기)나 청각을 회복하기 위한 전기자극 시스템인 인공달팽이관을 이식받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는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를 읽어 외부의 로봇 팔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뇌과학 관련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간질, 우울증, 통증, 중독, 운동장애 같은 보다 많은 뇌신경 관련 질환을 첨단과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은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비용이 많이 들어 연구개발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어느 분야보다 필수적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국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중점적으로 지원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 주도로 한국뇌연구원과 같은 뇌과학 연구기관을 설립하거나 연구지원을 늘리고 있다. 또한 여러 국내 대학도 뇌과학 연구를 위한 다양한 학과와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뇌과학 연구의 활성화와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인간의 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학자는 뇌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 인류의 마지막 도전과제라고 이야기한다. 세계적으로 산업계와 학계 모두 이를 인식하고 뇌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련 산업의 발전이나 연구 환경 조성 등에 보다 과감하고 효율적인 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뇌과학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치료기술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전상범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신경전자공학연구실 교수
#뇌과학#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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