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부상도 아닌데 대표선수 교체…실패로 끝난 여자탁구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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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0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여자탁구 대표팀.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런던올림픽 여자탁구 대표팀.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꼼수는 정도(正道)를 이기지 못한다. 런던올림픽 한국 여자탁구를 보며 든 생각이다.

한국대표선수는 김경아와 석하정(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이다. 그런데 탁구협회는 4일(한국시간) 브라질과 단체 1라운드 직후 박미영이 허리 부상을 당했다며 P카드로 데려온 당예서(대한항공)와 갑자기 교체했다. P카드는 대표선수가 부상이나 질병으로 못 뛸 경우 바꿀 수 있는 대체선수 제도다. 진단서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협회는 3일 박미영과 당예서 교체를 시도했지만 국제탁구연맹(ITTF)이 “MRI 결과 부상이라 볼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협회는 하루 뒤 “기계적 증거 없어도 신경, 근육이 놀라 통증이 있을 수 있다”며 다시 신청했고, 겨우 받아들여졌다. 브라질과 경기를 아무 이상 없이 뛴 박미영은 졸지에 부상자가 됐다.

탁구인들은 이를 전략적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탁구계 고위 관계자는 “박미영이 못 뛸 정도는 아니지만 3,4위전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일본을 상대로는 당예서가 더 낫다”고 말했다.

명백한 꼼수고 편법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에 IOC로부터 13장의 P카드를 할당받아 축구(3장)와 탁구(1장) 등 가맹단체에 고루 배분했다. 탁구 말고 어느 단체도 전략적 판단을 이유로 P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꼼수는 실패했다. 한국은 3,4위전에서 예상했던 일본이 아닌 싱가포르를 만났다. 당예서는 석하정과 호흡을 맞춘 3번째 복식에서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한국은 0-3으로 완패해 메달도 못 땄다. 한 탁구인은 “동메달을 따기 위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나”며 한탄했다. 차라리 박미영을 투입해 졌다면 당당하기라도 했을 것이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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