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규정]스포츠도 결국 멘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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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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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최근호에서 ‘게임이 시작된다(Let the games begin)’는 제목으로 런던 올림픽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스포츠는 육체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과학기술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내용이다.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한 스포츠 과학은 여러 가지 스포츠 현상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력 향상에 활용되는 학문이다. 경기력은 체력, 기술, 정신력 등 여러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에 순수과학을 적용한 일반 현상과는 달리 결과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물리, 화학, 심리학 등 순수과학을 이용해 스포츠 발전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응용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력은 체력, 기술력, 정신력에 근간을 두기 때문에 스포츠 과학에서도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스포츠 심리학을 많이 활용한다.

예를 들어 유도와 레슬링은 체력, 특히 근력을 바탕으로 두 선수가 겨루는 경기다. 세계무대에서 비교적 높은 경기력을 보유한 K 선수는 힘이 아주 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맞잡기에서 밀릴 때가 많았다. K 선수의 체력을 분석한 결과, 최대 근력은 높았지만 그 힘을 발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게 됐다. K 선수에게 최대 근력을 빠르게 발휘하는 파워 전환훈련을 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경기에서는 선제공격을 해 먼저 힘을 발휘하는 경기운영을 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K 선수는 메달권에 진입했다. 스포츠 과학에서 운동생리학이 적용된 사례다.

운동역학이 적용되는 분야도 있다. 불과 10초 사이에 체중의 약 3배에 달하는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역도는 큰 힘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릴 때, 실제는 신장의 약 60% 높이까지 끌어올린 다음 재빨리 몸을 낮춰 앉으면서 바벨을 떠받친다. 마치 무거운 구슬을 막대기에 얹어놓는 것과 비슷하다. 구슬이 조금이라도 막대 중심을 벗어나면 떨어지고 만다. 훈련 과정에서 선수의 기술을 영상에 담아 바벨의 이동궤적과 인체 중심의 이동궤적을 3차원으로 정밀 분석하면 바벨이 인체 중심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운동역학적 개선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한 발의 총알과 화살이 금과 은으로 갈리는 사격과 양궁은 속칭 ‘새가슴’과 ‘독수리가슴’이라 불리는 선수 심리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심리 훈련이 메달의 색깔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첫 금메달이 걸린 사격 결선경기에서 0.1점 차로 안타깝게 은메달을 딴 K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결선경기 10발 가운데 마지막 한 발에서 조준을 하다가 총을 내린 그 선수의 심리는 불안 그 자체이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양궁선수가 활을 들고 사대로 걸어갈 때는 심박수가 1분에 70∼80회에서 140회 이상 뛰기도 한다. 바로 심리적 영향 때문이다.

이를 조절하는 능력은 평소 체력과 기술 훈련을 하듯 심리 훈련을 해야 가능하다. 경기 현장에서는 얻을 수가 없다. 2010년 아시아경기에서 효자종목(단일종목 최다인 금메달 13개)으로 평가받게 된 사격의 B 감독은 금메달의 비결이 심리 훈련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의 진종오, 양궁의 기보배는 심리 훈련을 거치면서 ‘독수리가슴’을 갖게 된 선수임에 틀림없다.

종목 특성에 맞게 체력을 보완하고, 기술의 구조적 특성을 정밀분석해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스포츠 과학의 역할이 이제는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전하도록 한층 더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스폰츠맨십#멘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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