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통의 통로 막힌 사회엔 괴담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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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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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머사회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곽윤정 옮김/264쪽·1만3000원·흐름출판

솔깃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유명 여배우가 결혼 전 재벌가의 아이를 낳았다는 둥, 가수 타블로가 실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아니라는 둥….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어떤 사회에나 이런 근거 없는 소문(루머)이 난무한다. 루머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사람들은 왜 터무니없는 소문을 믿고 퍼뜨릴까. 루머를 통제할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심리학자로 루머 연구에 주력해온 저자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사람이 모이면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과거엔 커피자판기 앞이나 술집, 미용실 등 특정 공간을 통해 퍼지던 소문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소문의 확산 속도와 사회적 파장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소문은 불명확한 상황에서 태어난다. 특히 중요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고 의사소통의 통로가 없을 때 만들어진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의문이 풀리지 않는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자 소문을 활용한다. 인사철마다 누가 어느 부서로 간다는 소문이 무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전역을 10여 년간 떠돈 헛소문이 있었다. 패션디자이너 토미 힐피거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인종차별주의 발언을 했다는 것. 그가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 아시아인이 내 옷을 사 입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힐피거는 윈프리 쇼에 출연한 적도 없었다. 윈프리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 소문이 거짓이라는 반박문을 올렸지만 소문은 그치지 않았고 2007년 힐피거가 윈프리 쇼에 출연해 직접 반박하고서야 잠잠해졌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루머가 생기고 퍼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순 없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한다면 루머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좋은 대책은 역시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저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조직일수록 소문이 많고, 의사소통이 잘되는 조직에선 소문이 점차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회의, 공지, 언론성명, 토론 등을 통해 적절히 의사소통함으로써 불명확함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불통’이라는 비난을 듣는 현 정부 들어 한국사회에 각종 ‘괴담’이 난무하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루머를 효과적으로 반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소문이 돈 초기에, 진실에 근거해, 강력한 증거를 들어,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매체를 통해 반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전 이슬람교도라는 루머가 퍼지자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명쾌하게 반박해 논란을 잠재웠다. 힐피거 역시 대중의 신뢰를 얻는 윈프리쇼에 출연해 명백히 진실을 밝힘으로써 효과를 보았다.

소문의 심리학을 쉽게 개관할 수 있지만 내용은 저자의 전작 ‘루머심리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 소개에 나오는, ‘세계 최고의 루머 전문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심층성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루머사회#소통#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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