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美 사회학계 거물의 유쾌한 지적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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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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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피터 버거 지음·노상미 옮김/368쪽·1만7800원·책세상

기자도 어쩌다 사회학을 전공하게 됐다. 기자가 되려면 사회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사회학이 뭔지도 모르고 지원했다. 사실 지금도 사회학이 뭔지 잘 몰라 약간의 죄책감 비슷한 마음을 숨기고 있지만.

그런 차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사회학과 신입생들이 화창한 캠퍼스에서 끼고 다니는 필독서 ‘사회학에의 초대’를 쓴 피터 버거(83)가 “어쩌다 우연히 사회학자가 됐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원래 루터파 목사가 되려던 그는 미국 사회부터 알아야겠다며 뉴욕의 사회조사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야간 석사 과정에 등록해 사회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강한 과목은 ‘사회학자 발자크’. 프랑스의 사실주의 소설가 발자크의 작품을 통해 계급 권력 종교 범죄 등 사회학의 주요 개념을 익혔다. 그는 “발자크가 진정 도시의 비밀을 캐려고 밤에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살롱과 관청과 상점과 선술집과 매음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이 내 마음속에 새겨진 사회학자의 상이었고, 그 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애정남’이 되어 사회학이라는 애매해 보이는 학문을 명쾌하게 정의한다. “사회학은 인간 세상의 거대한 파노라마에 변함없이 끌리는 사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는 사람, 그래서 필요하다면 열쇠 구멍이라도 들여다보고 남의 편지라도 훔쳐보는 사람에게 매우 적합한 학문이다.”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사회학자로서의 지적 여정을 담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학은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익히 잘 알기에 그는 유머를 적절히 곁들여 명랑한 필체로 책을 써 나갔다. 사회학과 상관없는 독자라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을 통해 업(業)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겨 볼 만하다. 팔순이 넘은 그는 책의 말미에 사회학자로서의 인생을 이렇게 돌아봤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주 재미있었다. 아직도 그렇다.” 참 부럽지 않은가.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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