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권오강]군인연금은 군인에 대한 국가의 예우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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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자 동아일보에 ‘재직기간 30년일 때 수령액 군인연금, 국민연금의 2배’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필자도 군인연금을 받고 있는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읽고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군인연금을 받는 전역자가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수익을 최대 1.5∼2배 많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직업군인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구결과라고 생각한다.

군인연금은 국토방위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20년 이상 성실히 복무한 직업군인에게 국가가 예우하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렇다 보니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국민연금 등 기타 공적연금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맡겼기 때문에 목숨까지 걸면서 주어진 사명을 다한 직업군인들에게 합리적인 수준에서 국가 보상적, 사회 보험적, 생계 보상적 차원에서 마련해준 제도 아닌가?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만약 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똑같이 취급한다면 그 어렵고 힘든 직업군인의 길을 갈 사람이 있겠는가? 그리고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우선 자녀들의 교육문제는 심각하다. 초등학교는 보통 두세 번 전학시켜야 졸업시킬 수 있고, 중학교도 한두 번은 옮겨야 한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두 집 살림이 시작돼 주말부부 또는 월말부부로 살아야 한다. 과외는 그림의 떡이고 상상도 할 수 없다. 또 전방부대나 해안경계부대에 근무할 때는 1년의 절반 이상을 부대나 야외에서 보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북쪽을 응시하며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뿐인가. 어느 날 갑자기 진급에서 누락되면 군 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이 전역을 해야 한다.

50대 전후, 아이들이 자라 가계지출은 최고조에 이르고 군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책임, 의무, 성실, 정직뿐인데 이것만 가지고 중견간부로 받아줄 직장은 어디에도 없다. 국가가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마저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러면 누가 직업군인이 되고자 할 것이며 이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선진국 군대의 연금제도를 보더라도 국가가 전액 부담하거나 많이 내는 나라는 있어도 개인이 더 많이 내는 나라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군인연금은 얼마나 더 받고 덜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얼마나 직업군인들을 예우하고 존경하느냐의 문제다.

권오강 대한민국육해공군해병대 영관장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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