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냄새… 페로몬 냄새… 사람 냄새 ‘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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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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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천하제일 남가이’ ★★★★

청년 남가이(이길남·오른쪽)의 치명적 매력은 사망 사고를 부르고 이로 인해 부인을 잃은 경찰서장의 분노를 산다. 극단 하땅세 제공
청년 남가이(이길남·오른쪽)의 치명적 매력은 사망 사고를 부르고 이로 인해 부인을 잃은 경찰서장의 분노를 산다. 극단 하땅세 제공
어느 시골 마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처녀가 치마폭 한가득 똥 세례를 맞고 아이를 가진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 ‘남가이’는 마을 인근의 움막 같은 집에서 문명과 거의 단절된 채 자란다. 유일하게 접한 문명은 초등학교 교육뿐이다.

그런데 몸을 한 번도 씻지 않아 온갖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남가이에게 사람들은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묘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매료시키는 능력은 그가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그의 마력은 남들보다 수십 배 강한 페로몬 분비에서 비롯되는데 심지어 남성까지 사로잡는다.

재담꾼인 소설가 성석제 씨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단 하땅세의 신작 연극 ‘천하제일 남가이’(윤조병 각색, 윤시중 연출)는 이렇듯 한 비천한 존재가 ‘초능력자’로 성장하는 영웅담을 기본 구조로 해 흥미를 준다.

영웅담에 더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무대 연출로 지루할 틈이 없다. 단순한 무대에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 음향으로 극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연출 능력이 돋보였다. 밧줄을 촘촘히 늘어뜨린 뒤가림막은 무대의 배경으로 있다가 폭포수로 형상화되기도 하고, 전체를 회전시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무대 장치로 활용되기도 했다. 똥은 밧줄 똬리로 표현했다. 목조로 조각한 개 얼굴과 밧줄로 된 꼬리 소품을 들고 배우들이 개를 연기한 점도 볼거리다. 조금 과장되어 보이거나 어설퍼 보이는 설정조차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연극은 반(反)영웅담을 뛰어넘는다. 은유와 상징이 풍부해 관객 스스로 자유로이 해석할 여지가 많다. 가령 남가이의 매력은 문명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즉 야성적인 상태에서 나온다. 똥은 그 자연성(性)을 상징하는 역설적 미학의 산물이다. 남가이라는 이름은 ‘남(男)+가이(guy·남자)’로도, ‘남쪽의 개’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극 막판 남가이가 국가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 너무 쉽게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극적 긴장감이 갑자기 탁 풀려버리는 부분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여배우(박성연)와 남배우(이길남)가 남가이를 번갈아 연기하도록 한 발상은 신선했지만 일관성이 부족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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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만∼2만5000원. 02-6406-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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