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농업피해 대책은?… 전문가 4인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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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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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농산물 高품질 수출전략, 이스라엘서 배워야”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이에 따른 두 나라 간에 교역 시너지 효과가 날 것임은 분명하지만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농업계는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한 농업계 피해를 줄이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동아일보와 채널A,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열고 농업 전문가 4인의 의견을 들었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이 참석했다. 》
16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 농업부문 전망과 대책’ 좌담회에서 전문가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6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 농업부문 전망과 대책’ 좌담회에서 전문가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내 농업계의 피해 규모와 정부 대책부터 보자.

▽최 부원장=한미 FTA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는 향후 15년간 12조60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 피해 규모의 3분의 2가 축산업에 집중되고 과수부문 피해가 24%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대응해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피해액의 2배 수준인 24조1000억 원 규모다. 총예산의 95%가량이 농가시설 현대화 등 경쟁력 제고 대책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많은 농민은 대책을 체감할 수 없다고 한다.

▽손 사무총장=정부의 지원예산 대부분이 경지정리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24조 원이 그대로 농가로 오는 것 같지만 가격 하락에 대한 보상이나 폐업보상과 같은 직접 피해보상 예산의 비중은 크지 않다. 정부가 그냥 주는 돈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사실은 융자가 많다. 중장기적으로 농가 경쟁력 강화대책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당장 농민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게 문제다.

▽노 교수=농가에 제공하는 정책자금 금리 등은 개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거의 제로(0)금리인데 우리나라는 4%대 일반금리가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손 사무총장=선진국처럼 농가에 돈을 빌려줄 때 담보뿐 아니라 사업전망이나 투자계획을 평가해 빌려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로 현재 국내 110만 농가 중에서 ‘전문농가’(경지규모 1ha 이상, 매출액 2000만 원 이상)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고령농, 영세농이다. 농촌 경영주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농인데, 이들에게는 경쟁력 강화대책이 별 의미가 없다. 이 계층을 돌볼 수 있는 예산과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수출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최 부원장=국산 농산물은 가격경쟁력은 낮지만 품질이 좋기 때문에 전략을 잘 세우면 수출농업 체제로 갈 수 있다. 자연조건이 안 좋아도 이스라엘처럼 농산물 수출을 잘하는 나라가 있는데 결국 정부가 그 분야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의 문제다.

▽손 사무총장=정부가 식품수출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는데 사실 정부가 수출 유망품목으로 꼽는 라면, 장류, 김치, 설탕, 커피의 원재료는 우리 농가들이 생산하는 농산물과 거의 무관하다. 식품가공 단계에서도 우리 농산물이 쓰일 수 있게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

▽노 교수=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 농산물이 일본에 많이 수출됐는데 중국산은 우리 농산물만큼 인기가 없었다. 한국산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꽈리고추 같은 농산물은 일본에서 한국산의 인기가 높지만 우리가 꾸준히 공급하지 못해 수출 계약이 안 된다고 한다. 농가들을 모아 수출조직을 결성하는 데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을 대책은….

▽이 부회장=요즘 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이 좋으면 국산, 외산을 따지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가 높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더 그렇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국산 농산물이라도 값이 싸고 품질이 좋아야만 선택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안전성 확보가 첫째다. 2008년 식품안전도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믿는다’고 답한 국내 소비자가 15.1%에 그쳤다. 우리 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알고, 믿고, 살 수 있도록 정부는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 FTA 대책을 세울 때 정부는 재정지원 같은 ‘하드웨어’만 신경 쓰는데 소비자로서는 유통마진 줄이기, 위생과 원산지 관련 인증제 강화하기 등 ‘소프트웨어’ 강화가 더 절실하다.

정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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