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車사고 90%가 “악, 실수”… 불완전한 인간들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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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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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조지프 핼리넌 지음·김광수 옮김/356쪽·1만3800원·문학동네

평생 섹스 파트너가 몇 명이나 되는지 물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남성이 말한 수치는 여성에 비해 최대 4배나 많았다. 인구학적으로 남녀 비율은 비슷하다. 이 차이는 어디에 기인하는 걸까. 인간의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향되기 때문이다. 남성은 실제 섹스 파트너의 수보다 과장해 기억한 반면 여성은 축소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20년간 사람들의 실수를 소개한 기사를 모아 그 원인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간의 인식 구조가 잘 잊어버리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억하며 지독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를 더 많이 뿌려야 하는 수컷이 짝짓기 대상을 실제보다 많이 기억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귀여운’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비행기 사고의 70%, 자동차 사고의 90%, 업무 과실의 90%가 개인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일어난다. 미국 의료계에서 부검 사례를 연구했더니 의사들이 치명적인 질병을 오진한 비율이 무려 20%에 달했다. 이처럼 실수는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에, 실수한 당사자를 비난하기보다는 인간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절대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미 해군은 항공 관제사들이 여러 대의 컴퓨터 화면을 한꺼번에 지켜볼 경우 화면에 나타난 중대한 변화를 놓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망각률도 높아진다. 그러니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잠을 충분히 자지 않아도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일에 임하며, 무엇보다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타인으로부터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군대에서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보다 병원에서 의료 사고를 겪을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저자는 두 집단의 차이를 ‘피드백의 유무’에서 찾았다. 1950년대 10만 비행시간당 50건이나 발생했던 미군의 A급 사고가 최근에 1.5건으로 줄어들었다. 조정실의 승무원은 직급과 상관없이 이상한 점이 발견될 때마다 즉각 보고하게끔 했다. 이를 통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실수할 여지를 줄였다. 하지만 병원은 의사 개개인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또는 특유의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없었다. 그 결과 오진 비율이 1930년대 이후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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