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21>使畢戰으로 問井地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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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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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등나라 문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맹자는 토지제도와 조세제도를 개혁해서 백성들의 생업을 안정시키고 학교 제도를 정비해서 백성들이 인간다운 가치를 추구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맹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토지제도는 井田法(정전법)이고 조세제도는 助法(조법)이다. 정전법을 여기서는 井地라고 했다. 一井의 밭을 아홉으로 나누므로 그 형태가 井의 형태로 되므로 井地라고 한 것이다. 정전법과 조법은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그 둘을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등문공은 맹자의 이야기를 듣고 助法을 행하려고 하여 畢戰이라는 신하를 맹자의 곳으로 보내어 정전법에 대하여 상세히 묻게 했다. 使子는, 주자(주희)에 따르면, 그대에게 정전을 만드는 것을 맡겼다는 뜻이다. 혹자는 ‘그대를 사신으로 삼아 나에게 보냈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子必勉之는 ‘그대는 반드시 힘쓰도록 하게나’로, 청유형이다.

앞서 보았듯이 맹자는 등나라가 仁政을 베푼다면 王天下하려는 사람의 스승이 되어 천하에 은택을 끼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결코 등나라가 王天下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등나라 문왕은 자국의 영토가 사방 50리에 불과하여 천하에 왕 노릇 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때 어진 정치를 실행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맹자는 등문공이 필전을 보내와서 정전법에 대해 상세히 물었을 때 그 기본정신과 실행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양혜왕·하’ 제15장에서 보았듯이, 등나라는 齊(제)나라와 楚(초)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약소국이었으므로, 등문공은 제나라를 섬겨야 할지 초나라를 섬겨야 할지 事齊事楚(사제사초)의 문제를 더욱 고민했다. 국가가 그 주권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 때는 內治마저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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