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21>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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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외에도 수많은 관련 직업으로 관심을 넓혀야
●스타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스타의 꿈을 활용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연예인 이외의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DB
스타의 꿈을 활용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연예인 이외의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DB
요즘 10대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을 1위로 꼽는다.

유명기획사에는 하루에도 수십 장씩 지원서가 쌓이고,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오디션 자료들을 보내온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오디션 정보 카페'가 수십 곳 개설되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뉴스에는 연예인 지망생을 농락하는 악덕 기획사나 매니저의 이야기기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청소년 연예인 지망생 부모대상 세미나'까지 열었다. 기획사의 선택요령과 전속계약 때의 유의사항 등을 설명한 것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나 그 부모들이 유의해야 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범람하는 오디션의 실태

2000년 8월은 한국 연예계의 또 다른 장이 열린 시점이다. 보아(BoA)라는 열세 살 소녀가 화려하게 가수로 데뷔한 것이다. 이미 HOT, SES, 신화 등을 스타로 배출한 이수만 씨가 초등학교 때 발굴해서 수년간 준비했다는 보아….

데뷔하자마자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프로가수로 성장했고, 일본에 넘어가 톱스타로 등극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너도나도 보아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며 준비된 가수, 트레이닝 시스템의 쾌거라 흥분했었다.

이후로 규모가 큰 연예기획사는 신인발굴을 위한 오디션과 캐스팅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게 되었고, 제2의 보아를 꿈꾸는 아이들로 기획사는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이다.

연예산업의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자본이 몰리고 있는 연예기획사들은 이젠 아예 미국, 중국, 태국 등 해외오디션까지 개최하며 K-POP의 주역들을 발굴하고 있다. 이러한 캐스팅과 트레이닝 시스템은 일본의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발생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청소년의 기본적인 학업조차 미루며 일만 강요하는 회사이다. 어린 청소년들을 학교도 안보내고 무조건 일만 중요하게 여기는 곳도 많다.

이런 곳들은 아이들의 개인적인 삶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이익추구만 하는 회사이다. 특히 보아나 서태지의 사례가 알려지며 어린 청소년들이 학교를 안다녀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중, 고등학교의 기본적인 교육은 아주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두 번째는 교육비나 홍보비 등을 핑계로 오히려 기획사에서 돈을 요구하는 회사이다. 이런 곳은 학생들을 데려오는 일명 '길거리 캐스팅'을 하는 직원을 고용해서 수당을 지급하는 일명 '학원형 기획사'들인데, 청소년들의 꿈에는 관심 없고 교육비를 챙기고자 하는 곳들이다.

이런 곳들은 빨리 없어져야 하고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연예계에는 연예인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대중문화의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나 TV를 보면 그 주인공만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소요되는 인원은 최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른다.

예를 들어, 드라마 '대장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주인공인 이영애 뿐 아니라, 다양한 배역의 배우들과 더불어 프로듀서, 연출가, 작가, 카메라스텝, 조명스텝, 음향스텝, 무대스텝, 스크립터, 의상담당자, 분장담당자 등이 함께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연예인, 즉 스타만 볼 것이 아니라, 드라마라는 재미있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참여하는 다양한 직업 중에서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게다가 실제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 아이들 중에서 재능이 특별히 있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학교나 동네 수준에서 노래 잘하고 좀 잘 추는 아이들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픽션(지어낸 이야기)에 기초한 대중문화콘텐츠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란 직업은 보이는 것처럼 결코 화려하거나 누구나 손쉽게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필자도 연예산업에 십여 년이나 일했지만, 내 자식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면 필사적으로 반대하겠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삶을 살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스타가 되어도 문제가 발생하고, 스타가 못되어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녀가 연기나 음악 등 연예분야에 진지하게 진로를 희망한다면, 요즘 유행하듯이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시스템으로 활동하지 말고, 남들 같이 보통의 청소년기를 보낸 후에, 관련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도 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스타는 모두가 부자이고 행복할까?

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꿈꾸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려진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처럼 나도 스타가 되고 싶어서, 화려하고 부자로 살고 싶어서, 공부를 하기 싫어서 등.

그러나 스타라고 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얼마전 카라 사태에서 언론에 알려졌듯이, 작년 한 해 동안 카라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음반순위에서 1위를 두 번이나 했었지만, 결국 일본의 대형음악회사가 84%를 가져가는 구조인 놀라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서태지나 보아처럼 학교를 포기하고 스타로 등극한 사례는 말 그대로 특별한 예외의 사례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가 성공한다.

게다가 요즘은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되고, 춤도 잘 추고 외모나 말솜씨도 뛰어나야 한다. 더구나 요즘은 아이돌가수들이 연기나 MC까지 하고 있으니, 스타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스타가 될 수 있다.

결국 스타는 손에 잡히지 않는 동경의 대상일 때 아름다운 것이지, 자신의 목표가 된다면 무엇보다 노력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꿈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어른들의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이제 우리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연예산업도 기본적인 부분은 규제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련 업계를 조사하고 여러 가지 시정명령을 내린 바도 있고,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 등 법안상정까지 했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일명 최진실, 장자연 사건 등이 터질 때만 떠들지 말고, 진지하게 정책적인 부분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데뷔 시켜주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어린 청소년들의 허황된 꿈을 심어주거나 혹은 꿈을 짓밟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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