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서울시향, 현대음악의 진수 보여줬다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 정연한 앙상블 인상적
◇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Ⅲ ★★★★☆

루토스와프스키의 연가곡 ‘노래 꽃과 노래 우화’를 노래하는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루토스와프스키의 연가곡 ‘노래 꽃과 노래 우화’를 노래하는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06년부터 현대음악 축제를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뮤직 오브 투데이’가 모델로 삼고 있다는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다.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1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Ⅲ’는 음향의 입체감과 착상의 일관성을 유지한 콘서트였다. ‘우화’라는 주제로 올리버 너센(영국), 파스칼 뒤자팽(프랑스), 루토스와프스키(폴란드)의 곡들을 한국 초연했고, 기성 레퍼토리로는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이 공연의 끝을 장식했다.

뒤자팽의 ‘롱아일랜드의 아침’은 공연장 2층에서 들려오는 금관악기들의 입체감이 인상적이었다. 적막한 분위기와 이른 아침에 대한 뛰어난 풍광 묘사력, 간결한 짜임새와 풍성한 자아성찰이 돋보였다.

2부에 출연한 핀란드의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은 루토스와프스키의 ‘노래 꽃과 노래 우화’를 한국 초연했다. 그는 북구 소프라노의 시원스러운 성량에 세심한 연기력까지 보여줬다. 마지막 곡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은 지휘자의 강약 조절과 템포 설정이 뚜렷하게 발현된 연주였다. 전반적으로 강렬한 인상의 합주였고 연주의 구도감(構圖感)도 훌륭했다. 신비로운 산의 모습, 폭발하는 에너지, 몽롱한 영상효과가 뛰어났다.

이번 콘서트를 지휘한 일란 볼코프는 BBC 스코티시 심포니의 수석객원지휘자. 시원스러운 음색과 역동적인 템포, 음색의 수직적 결합과 수평적 조합을 잘 운용하는 능란함을 보였다. 서울시향은 뚜렷한 인상과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 강렬한 금관을 들려주었다. 현대음악 연주에 있어서 모처럼 정연한 앙상블과 시원스러운 사운드를 펼쳐 보인 연주회였다. 음반 취입을 통해 현대음악 레퍼토리에 도전해도 무방한 역량을 보여준 음악회였다고 평할 만하다.

근래 서울시향의 사운드는 한층 뚜렷하고 강한 긴장감을 지닌 연주로 발현되고 있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회인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서울시향의 또 다른 발전사를 열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아르스 노바 Ⅲ’는 일관된 테마와 정연한 연주력으로 서울시향에 대한 기대를 높여줬다. 서울의 가을밤에 현대음악의 퍼레이드를 풀어놓은 서울시향의 모습은 고무적이고도 생산적이었다.

이석렬 음악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