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경희]사립은 “속죄” 국립은 “항의”… 보직교수 줄사퇴 엇갈린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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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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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정지원제한 사립대와 구조개혁 대상 국립대를 발표한 뒤 해당 학교의 총장 및 보직교수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경남 창원의 경남대는 7일 긴급 교수회의를 열고 대학본부 보직교수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 교수회의는 “학교의 명예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의 상명대는 재정지원제한 대학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8일 총장 이하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했다. 6일에는 국립대 가운데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으로 선정된 강원대 보직교수 19명이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충북대 보직교수들도 지난달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교과부의 ‘구조개혁’ 후폭풍이 대단하기는 한가 보다.

그러나 대학마다 속내가 사뭇 다르다. 사립대인 경남대 상명대는 전적으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속죄하고 책임진다는 차원이다. 반면 국립대인 강원대 충북대는 평가 기준이 지방대에 불리하다며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같은 평가를 두고 사립대와 국립대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양측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립대는 ‘목숨’이 달렸지만 국립대는 ‘자존심’이 달렸다. 재정지원제한 사립대는 교과부로부터 예산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다. 돈도 문제지만 내년에 당장 ‘오명’을 벗지 못하면 지원율 급락 등 치명타가 불가피하고 더 나아가 ‘퇴출 대상’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립대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더라도 정부의 지원금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 대신 개혁 대상이 되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해야 하고 성과목표제, 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자율권도 대폭 줄어든다. 강원대 충북대가 구조개혁에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반발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 다른 국립대에 비해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평가지표 점수가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반성 없이 보직교수 사퇴 카드부터 꺼내는 것은 국립대 교수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사립대와 비교하면 오만하게 비칠 수도 있다.

불이익에 반발하기에 앞서 우리 대학의 문제점부터 돌아보는 게 순리다. 그래야 내년에는 교과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게 학생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경희 교육복지부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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