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에비타 다빈치 카스트로… 뭐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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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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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주레 피오릴로 지음·이미숙 옮김/
328쪽·1만9500원·시그마북스

11세기 영국의 정복왕인 월리엄 1세, 20세기 재즈의 거장 빌리 홀리데이,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 19세기 유명 탐험가 헨리 스탠리, 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이들의 공통점은? 혼인을 맺은 정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생아(私生兒)라는 점이다. 책은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사회적 핍박을 극복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 15명의 삶을 조명한다.

밑바닥 여배우에서 출발해 ‘에비타’란 애칭으로 불리며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부인 자리에 오른 에바 페론도 사생아였다. 아버지 후안 두아르테는 유복한 농장 경영주였고 에비타를 낳을 당시엔 다른 도시에 아내를 둔 유부남이었다. 농장에 본처가 나타나자 아버지의 태도는 돌변해 에비타를 비롯한 ‘혼외가족’을 모두 내쫓았다. 에비타는 빈민가 원룸 아파트에서 살았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며 다섯 아이를 키웠다. 에비타는 사생아로서 지독한 가난을 겪고 빈부 격차에 불공평함을 느꼈지만 자기 자리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미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사생아가 아니었다면 예술적 재능을 키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적자였다면 공증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관료 수업을 받아야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사생아들은 부모의 유산을 받을 권리가 없었고, 중세 서양 사회에서는 혼외정사가 사회적 도덕 구조에 위배되는 천형으로 규정됐다는 등 사생아의 지위와 그들을 바라보던 역사적 시각들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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