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든 브라운]꽉 막힌 경제, 지구적 연대로 뚫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올여름 미국 정가에선 정치와 경제가 예민하게 충돌했다. 의회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과 투자 문제, 재정 지원 등 각종 경제정책에 이견을 보였다. 유럽 지도자들 역시 채무 불이행과 적자 문제로 고심했다.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관료들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오늘날 전 세계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로 치닫고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패배주의에 빠질 때는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것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뜻이다. 지속적 성장과 고용 창출은 개별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선 전 세계적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

2009년 4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중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은 현재 중요하게 부상하는 의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거시경제 및 무역 정책에 관한 전 지구적 협력이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을 5.5% 증가시키고 2500만∼50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가 연대하는 성장 협약은 세계 경제가 수요 공급 간 불균형 상황에 처한 오늘날 필수불가결하다.

세계화가 진행된 1990년 이후 2010년은 터닝 포인트였다. 1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서구권이 제조, 공급, 수입, 무역, 투자 모든 부문에서 비서구권 국가들과 비교해 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중반에 이르면 아시아 국가의 소비 시장이 미국 시장의 2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서구와 아시아는 상호의존적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서구 시장으로의 수출 물량은 전체 품목의 3분의 2에 이른다. 미국과 EU는 수출을 늘리지 않고서는 자국 내 소비를 확대하기 어렵고 중국 등 이머징 마켓 국가들은 미국 시장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자국의 수요와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G20에서 논의된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포함한 전 지구적 협력에 대한 비전을 갖고 심도 있게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내수 시장을 확대해야 하고, 미국과 유럽은 수출 품목을 늘리기 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등이다.

문제는 명확하다. 유럽의 금융 부채는 GDP의 345%로 미국의 5배에 이른다. 금융권이 재정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세제 및 통화 협력을 통해 유럽중앙은행을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부채를 줄여야만 성장 및 안정에 관한 협약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한 단기적 처방도 있다. 성장 및 고용 창출을 돕는 공공 기반시설을 다지기 위해 투자은행이 필요하다는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교수의 제안이 그것이다. 자본금 500억 유로에 투자 규모 4000억 유로인 유럽투자은행이 모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가 제안한 대로 경제 성장은 일자리 창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전 세계적인 문제인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가령 청년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경우 이들의 취업 문제를 돕기 위한 개발은행 및 인턴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은 일자리 창출 협약이기도 해야 한다. 11월 3, 4일 프랑스 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각국이 빨리 연대해 행동하면 행동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roject Syndicate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