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능 미출제 작가 글 담은 ‘고득점 300제’ 챙겨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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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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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연계 분석<9>

이만기 워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이만기 워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반영되는 교육방송(EBS) 교재 중 최근 발간된 ‘고득점 300제’에는 20여 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중 허영자, 김용택, 김관식, 김현승, 나희덕, 오세영, 장정일, 정일근, 정호승 등은 아직 수능에 작품이 출제되지 않은 작가다. 수능에는 상대적으로 미출제 작가의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올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출제 확률이 높은 미출제 작가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섬진강1’로 익숙한 김용택의 ‘섬진강15’를 보자. 이 시는 겨울 풀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용택 ‘섬진강15’
다음은 나희덕의 ‘땅끝’이다. 시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후 땅끝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절망감과 땅끝에서 얻은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거쳐 절망 속에서 잉태된 희망을 표현했다.

‘땅끝’은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녔다. 마치 김남조의 ‘겨울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이중성은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이기 때문에 화자가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나타내면서도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공간으로서도 기능을 한다.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렸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나희덕 ‘땅끝’

오세영의 ‘등산’은 진리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그렸다. 산에 오르는 과정을 통해 진리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화자의 바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를 산에 오르는 일에 빗대어 표현했다. ‘빛’을 찾아 암벽을 더듬는 행위는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며, ‘무명의 벌레’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화자 자신을 빗댄 것이다.

‘함부로’는 성급하게 진리를 탐구하려는 욕심을 경계한 표현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표현을 통해 △별 △꽃 △이슬은 화자가 지향은 하되 소유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가치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이라는 표현은 진리를 깨닫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강조한다.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無明)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오세영 ‘등산’

다음은 부정적 현실 속에서 희망을 되살리려는 의지를 노래한 곽재구의 ‘절망을 위하여’이다.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철들어 사랑이며 추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싸움은 동산 위의 뜨거운 해처럼
우리들의 속살을 태우고
마음의 배고픔이 출렁이는 강기슭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 땅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밟고 간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불태우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두려움에 떠는
눈짓으로 술집을 떠나는 사내들과
두부 몇 모를 사고 몇 번씩 뒤돌아보며
골목을 들어서는 계집들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들의 낯선 슬픔이 되지 않았다.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 오르지 않는
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이 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 곽재구 ‘절망을 위하여’

이 시는 ‘절망의 강기슭↔배’, ‘어둠↔풀포기와 별빛’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또 추상적인 대상인 화자의 심리를 △마음의 배고픔 △절망의 강기슭 △낯선 슬픔 같은 감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표현함으로써 시적 묘미를 높이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시로 곽재구의 ‘희망을 위하여’란 작품도 있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라’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마치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즉, ‘세상의 슬픔’과 ‘마음의 길이 굽어진’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시련 속에서도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희망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밖에도 ‘고득점 300제’에는 주목할 만한 생소한 작품이 많이 실려 있다. △무심코 솔잎을 뽑는 어린 시절의 화자의 행동을 꾸짖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시로 형상화한 정호승의 ‘꾸중’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양심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형상화해 양심에 따르는 삶의 자세를 노래한 김현승의 ‘양심의 금속성’ △지난 삶에 대한 후회와 남은 삶에 대한 의지를 그린 장정일의 ‘지하인간’ △돌밭에 대한 응시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한 성찬경의 ‘보석밭’이 있다.

어머니의 언어인 ‘그륵(그릇이 아닌)’ 같이 삶이 녹아있는 생생하고 따뜻한 사랑이 담긴 시를 쓰고 싶다며 자기반성을 하는 정일근의 ‘어머니의 그륵’도 주목할 만하다.

이만기 워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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