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288명 평가 ‘출신-기관 유형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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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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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정치인 CEO… 총선 다가오자 성적 B→C로 떨어져

《 공공기관장들은 출신 배경에 따라 재임 기간이 지나며 뚜렷한 리더십 스타일을 드러냈다. 민간기업 출신 기관장은 재임 기간이 지나며 점차 성적이 좋아지는 ‘대기만성형’이었다. 반면 정치권 출신은 초반에는 양호했지만 임기 만료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성적이 부진한 ‘용두사미형’이었고, 학계 출신은 갈수록 호전될 기미가 더 안 보이는 ‘지진부진형’이었다. 관료 출신 기관장은 재임 기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는 ‘시종여일형’으로 나타났다. 》
○ 임기 지나며 드러나는 리더십 스타일

민간기업 출신은 재임 1년차에 A등급이 전무했지만 2년차에는 전체의 7.1%가, 3년차에는 무려 27.3%가 A등급을 따냈다. 시간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정승일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 정 사장은 2008년 임기 첫해와 그 다음 해까지는 B등급을 유지하다가 3년차가 되자 A등급을 받았다. 그는 1969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발전 플랜트 분야 외길을 걸어온 경험을 지역난방공사에 쏟고 있다. 2009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2008년 취임 첫해 C등급을 받았다가 2년차에 B등급으로, 3년차는 A등급으로 차근차근 올라섰다. 이 사장은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본부장을 거쳐 GE코리아 회장을 지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익힌 경영기법을 공기업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는 평을 듣는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민간기업 출신 기관장은 민간기업과 다른 공공기관의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제 능력을 표출하는 편”이라며 “민간기업 출신 기관장에 대해 긴 호흡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기간에 자르지 않고 임기를 보장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은 초반에 성적이 양호했다가 임기가 끝날 시점이 되면 초라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A등급은 워낙 보기 드물고, B등급의 경우 1년차에는 전체의 25%가 받더니 임기 만료를 앞둔 3년차에는 신입사장 때보다 못한 20%로 떨어졌다. 임기가 끝날 때면 정치권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느라 현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2008년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수장을 맡은 이이재 전 이사장은 4월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 전 이사장이 공단을 떠나며 남긴 성적표는 1년차 B에서 2년차, 3년차에 각각 C로 낮아졌다. 그가 임기 중간에 이사장을 그만두고 떠난 곳은 한나라당 동해삼척 당협위원회 위원장직이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이었던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취임 뒤 2년차까지 B등급을 유지하다 3년차에 C등급을 받았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전 사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돌고 있다.

학계 출신은 시간이 지나도 업무 성과나 리더십이 호전되지 않았다. 그나마 높은 성적을 받은 B등급은 1년차에 21.4%였다가 2년차에 5.9%로 뚝 떨어진 뒤 3년차에는 아예 사라졌다. 김완희 경원대 교수는 “학계 출신 기관장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명되는 사례가 많지만 조직운영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학계 출신 기관장 선임에 대해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관료 출신은 3년 내내 비슷한 성과를 보이는 ‘시종여일형’이 많았다.

○ 공공기관별 우등생은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에는 민간기업 출신이, 연기금 운용과 정부사업 위탁을 받은 준정부기관에서는 관료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정부와 업무 환경이 유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곽채기 교수는 “공공기관장을 선임할 때 기관장 후보의 주요 활동 영역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공기업에서는 특히 자원개발 분야에서 민간기업 출신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자원개발 전문성과 민간에서 익힌 창의성을 결합해 공기업 사업을 힘 있게 추진했다는 평가가 많다.

준정부기관은 정부 자금을 관리하거나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는 성격이 강해 정부 조직을 관리하고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 데 노련한 관료가 적응하기가 쉽다. 특히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완희 교수는 “연기금 운용 기관장으로는 민간기업 출신이 많이 오지만 이 분야도 금융상품 개발보다 조달 기금을 운용하고 지원하는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숨은 보석’은 내부승진 출신이다. 내부승진 출신 기관장은 3년간 11명에 불과해 전체의 3.8%에 그쳤지만 평가는 좋았다. 내부승진자 가운데 A등급자 비율은 9.1%로 관료(5.2%)보다 높고, 민간기업(11.8%)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임기가 지날수록 C등급, B등급, A등급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기관 평가단장을 맡은 이창우 서울대 교수는 “내부 승진자들은 별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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